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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웨이
빌 캐포더글리 & 린 잭슨 지음, 장상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1995년 중학생 때 처음 본 픽사의 <토이스토리>의 충격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만화를 유난히 좋아해서 디즈니 만화를 섭렵하던 그때,
디즈니의 알콩달콩 아기자기 귀여운 캐릭터와는 180 다른,
캐릭터 하나하나가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그 <토이스토리>는
이후 내가 픽사 마니아가 되기에 충분한 자극이었고 시작이었다.
최초의 상업용 3D 영화를 만들어 냈던 픽사의 작품들은
이후, 길고 긴 작업시간에 내 애를 태우면서도
늘 내 오감을 만족시키는 영화들로 내 마니아끼를 더욱 돋아주곤 했다.
그리고, 2010년, 아이와 함께 극장에서 본 <토이스토리 3>.
어느새 엄마가 된 나는 또한번 픽사가 펼쳐놓은 감동적인 이야기 앞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자막판과 더빙판을 번갈아 보았다.
자, 이 정도의 애정이었으니 <픽사웨이>의 출간 소식에 정신이 번쩍 든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
우연인지 필연인지 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크리에이티브하고 인크레더블한 집단인
픽사의 속살을 들여다볼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다소 떨리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픽사웨이>는
영화를 볼때만큼의 공감과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이야기들로
침체된 내 속의 창조성을 마구 자극해주었다.
<픽사웨이>는
단순히 픽사에서 만든 영화들의 뒷이야기 모음이 아니다.
픽사라는 집단을 처음 만든 그 순간부터,
어떤 괴짜들이 모여 이 일을 도모했는지,
그때의 위기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걸어온 길과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그들의 성공을 이야기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픽사웨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픽사의 정신,
그리고 픽사를 움직여 나가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창조성을
직원들로부터 어떻게 끌어내여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지에 대한
존경할만한 경영 지침과 노하우가 담겨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차별성이나 미덕은,
경영하고 이끌어가는 주체가 위에서 혹은 앞에서 조직을 이끌어간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권위 대신 모든 직원의 눈높이를 동일하게 맞추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모든것을 발산해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친밀하고 자유로운 경영과 철학을 이야기한다.
이 부분이 정말 충격이었는데,
픽사리언(픽사의 직원들은 자신들을 이렇게 부른단다)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읽을때마다
픽사가 왜 창조적일 수밖에 없는지,
이런 위대한 퀄리티의 작업들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지 바로 알게된다.
그리고 그 신화가 꽤 오랜동안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당연스레 장담하게 된다.
<픽사웨이>를 읽는 며칠동안
내게는 그동안 무너져 내렸던 창조력이 조금씩 꿈틀거리는 것 같았고,
다시 꿈꾸게 되었고,
"그래 좋아! 다시 해보자!"라는 열정이 되살아 났다.
비록 내가 있는 직장이 픽사가 아닐지라도,
매일 마주치는 상사가, 동료들이 픽사리언들이 아닐지라도
내가 변화의 시작이 되면 된다는 이 책의 외침 덕분인지
주눅들거나 지치지 않고 다시 해볼만한 힘을 얻게 된다.
꿈꾸기를 주저하게 되는, 하지만 누구보다도 꿈꾸기가 절실한 10대에게,
앞길이 불투명해 불안하기 짝이 없는 20대에게,
매일의 반복이 슬슬 지치고 짜증나는 30대에게,
다시 열정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싶은 그 누구에게라도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모두 다함께, To infinity and bey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