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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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라는 소설로 처음 알게된 기욤 뮈소.
이제 그 이름은 나에게 그의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찾아 읽게 만드는
마법같은 중독의 이름이 되었다.

기욤 뮈소 신드롬이라고 말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그의 소설들.
무언가 몽환적인 느낌이면서도 눈으로 보는 것 같은 감각적인 묘사,
고정관념을 뒤엎는 치밀한 플롯과 사건의 전개,
평범한 것 같은 캐릭터에도 그 캐릭터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선명하게 부여하는 능력,
바로 이런 것들이 기욤 뮈소를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유들이 아닐까 싶다.

<당신 없는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읽었던 기욤 뮈소의 책들과는 약간 다른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나쁘다, 좋다의 판단 이전에 약간 다른 각도에서 소설을 써나갔다는 느낌일까.
여전히 그가 다루는 가장 중요한 재료는 ‘사랑’이지만,
이전에 애용했던 숨가쁘게 진행되었던 스토리 전개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그를 만나게 된 것 같다.

버클리대학에 다니는 당차고 명민한 가브리엘은 어느날,
프랑스 청년 마르탱을 만나 짧지만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소르본느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을 경험하기 위해 두달 간의 일정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온 마르탱은
가브리엘을 만나면서 역시 열정적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짧은 일정으로 인해 곧 프랑스로 돌아가게 된다.
그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남겨두고, 그들의 사랑이 계속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얄궂게도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고 그렇게 뜨겁게 사랑했던 그 둘은 헤어진 채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경위가 되어 잠복 근무가 일상이 되어버린 마르탱은
더이상 대학시절 작가를 꿈꾸고 낭만을 노래하던 그가 아니다.
그의 관심은 희대의 미술품 도둑 ‘아키볼드’를 잡는 것뿐.
끈질긴 잠복과 추격끝에 간신히 아키볼드를 잡게 되려는 찰나, 작전은 실패하고 만다.

그로부터 교묘히 이어지는 아키볼드의 행적을 쫓던 마르탱은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게 가브리엘과 다시 얽히게 되고,
그 둘은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사랑과 오랜 세월 쌓여버린 오해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아직도 유효한 사랑인지에 대한 두려움,
서로에게 완벽히 솔직할 수 없는 두 사람 사이에 쌓여가는 의심은
거듭되는 오해와 함께 이 둘을 혼란으로 끌어가고,
그 사이에서 맞닥뜨리는 아키볼드의 존재는 끝없이 미궁으로 빠지기만 한다.

소설은 의외로 사건의 단서들과 아키볼드의 정체를 일찌감치 공개(?)한다.
전작들과 같이 마지막에 뒤통수를 치는 반전의 묘미는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당신 없는 나는>에서 기욤 뮈소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소설로서의 재미뿐 아니라,
진짜 사랑에 대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갈등과 의심과 오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내가 드러내고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기욤뮈소는 그의 매력적인 소설의 언어들로 풀어내고 있다.
또한 남녀간의 사랑과 더불어,
상처가 더 많이 남았지만 부모 자식간의 사랑에 대해서도 동일함 무게로 이야기한다.

상처받기 싫어 외면하고 숨기려했던 사랑의 감정들,
누가 더 많이 드러낼지, 내가 손해는 아닐지 계산하고 계산하지만
결국 진정한 사랑 앞에 그저 모든 것을 내던져버리는 마르탱과 가브리엘,
그리고 죽음을 앞에 두고도 끝까지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주려는 아키볼드.

한편으로는 해피엔딩이고 한편으로는 먹먹한 아쉬움이 남는 <당신 없는 나는>은
묵직한 진짜 사랑의 무게를 느껴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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