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
코넬 울리치 지음, 이은경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나로서도 절.대.로 볼수 없는 장르가 있는데
바로 공포와 호러다.
특히 하드고어의 소름돋는 장면들은 포스터 한번만 봐도 계속 뇌리에 떠올라
즐겨보는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도 공포의 빛이 조금만 비추면 바로 채널변경이다.

이런 나이지만,
어쩔수 없이(정말 어쩔수 없이 매력적이라서) 보는 공포영화가 있는데
바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들...

책을 읽고 감상을 써야하는 마당에 이렇게 연관없는 듯한 이 길고긴(?) 서론의 이유는
바로 그거다. 히치콕. 그리고 그가 존경해 마지 않았다는 작가, 코넬 울.리.치.

낯선 소설가였고 오백페이지에 육박하는 거대한 몸집에,
뭔지 모르지만 스멀스멀 풍기는 공포의 냄새에도 불구하고
이책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다>를 두려움 없이 선택했던건
히치콕이 존경할 정도라면 이미 작품성과 재미가 보장될거라는 거부불가의 기대때문이었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

음유적이면서도 우아한 제목처럼 유유히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문체들은
책장 넘기는 손을 멈추지 못하게 할만큼 매력적이고 고혹적이다.
그리고, 인간의 정신을 좀먹고 결국 육신까지도 지배하고야 마는
진짜 공포에 대한 깊이있는 작가의 통찰은 단지 한권의 책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책 이상의 깨달음을 얻게 한다.

순간순간 미묘하기도, 격정적이기도 한 인간의 내면을 묘사하는 그 솜씨는 정말 감탄스럽다.
자신의 죽음이 예견된 이후,
죽을거라는 공포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주어진 시간에 묶여 이성조차 상실한채
이미 죽어가기 시작하는 한 남자의 절망과 공포,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바라봐야 하는 나약하고 두려움에 가득찬 한 여자의
요동치는 내면,
책임감과 호기심이 뒤엉켜 사건에 개입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어할수 없을만큼 사건에 빠져버린 또다른 남자의 복잡미묘한 감정..

스토리라는 날실을 충실히, 그러면서도 긴장을 놓지 못하게 전개해나가면서도
그 사건속에서 인물들이 겪는 심리를 섬세하고도 입체적으로 묘사함으로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몰입할 수 밖에 없도록 이끈다.

현란하고 하드고어적인 공포의 현장은 이 책에 거의, 아니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놓을수 없는 긴장과 흥분과 심장박동을 빠르게 진동시키는 공포와
전율하게 만드는 반전이 있다.

눈으로 전달되는 얕은 공포가 아니라
그 공포를 겪게 되는 상황과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봄으로서
진정한 공포의 근원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
정말 오랜만에 읽고나서 꽤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히치콕의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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