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 - 인도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이화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늘 사랑받는 장르인 것이 여행관련 서적이겠지만
요즘은 눈에 띄게 여행 에세이, 특히 저자가 찍은 멋드러진 사진과 함께
한 지역에 머문 동안의 경험과 단상들을 풀어놓은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실로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여기저기서 너도나도 내는 이런류의 책들은 어느샌가 형식도 느낌마저도 비슷비슷해져버려
뭔가 특별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 그런 책을 찾아보기란 오히려 어려워진 것같은 느낌도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화경 작가님의 <울지 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를 읽고 났을 때는
여타의 젋은 감각에서 쏟아내는 여행 에세이와는 다른
소소하면서도 삶에 대한 깊은 무게감이 느껴지는 감동이 있었다.

시에 미쳐서 시의 그 푸른 눈과 이마에 매달려 현실도 잊고 살다가
시인도 밥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현실에 대한 압박을 깨닫게 될 때즈음,
목을 조르는 것 같은 현실의 속박에서 달아나보려고,
정말이지 살기위해 훌쩍 떠나 도착한 곳 인도.
누군가에게는 더럽고 질서조차 없는 요상한 나라일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삶을 내려놓고 더 깊이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깨달음의 장소일 수 있는 그곳.
나도 삶이 지칠때면 늘 언젠가는 떠나리라 다짐하고 다짐했던 곳 인도.
인도에서 직접 살을 부딪끼며 살아온 시간들을 작가는 과장하지도, 숨기거나 치장하지도 않고
그냥 그대로, 그가 느낀 그대로 오롯이 풀어낸다.

그 글맛이 얼마나 맛있고 깊은지,
엮어낸 한줄한줄에 끄덕끄덕 고개를 주억거리며 아주 천천히 공을 들여 읽었다.
시간없어 바쁘단 핑계로 책읽기 조차, 경주하듯 휘리릭 읽어냈던 그간의 습과도 잊은채
나는 며칠 밤의 시간을 들여 조근조근 맛난 음식을 씹어삼키듯
그렇게 이 책을 읽었다.

사진에도 서툴러 많은 지인들이 함께해준 사진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사진들이 가득한 다른 여행에세이를 보다
내 눈을, 내 심장을 오랫동안 찡하게 만든 이 책의 강점은
삶에 대한 솔직한 성찰과 작가 그녀만의 연륜이 고스란이 녹아든 때문이리라.

간간히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듯 쓰인 시들과
제목에서 쓴 것같은 아름다운 시구들을 인용한 부분들을 보면서
한 걸음 천천히, 느리게 내 삶을 돌아보며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녀처럼 모든걸 내려놓고 인도로 떠날 수는 없지만,
그녀가 보내준 이 따뜻하고 한 줄이라도 잊기 싫을만큼 멋진(뭐라고 다른 표현이 생각나질 않는다) 글들을 통해
나도 인도 콜카타의 어느 한 모통이 작은 집에서
그녀처럼 삶을 돌아보고 내려놓고 상처들이 아물어가는 경험을 조금이나마 맛보게 된다.

사람을 정화시키는 아름다운 기능이 바로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일진데,
그런 책보다는 앞만 보고 달려가길 종용하는 책들이,
또는 성공만 부르짖고 자신을 자랑하기에 바쁜 책들이 넘쳐나는 속에서
정말이지 오랜만에
내 마음이 깨끗해지는 순간을
이 책 <울지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를 통해 경험하게 되어 행복하다.

따뜻한 물에 그의 몸을 녹이기를 선택한 눈사람의 이야기를 읽고는
나도 그 눈사람처럼 내 안의 차가운 것들을,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을,
앞만보고 누군가를 밟아야만 살수 있다는 이기심을,
그러면서도 늘 허무함에 몸서리치는 외로움을
녹여내고 싶다고 생각해본다.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 그런 책이다.
오래된 친구에게 앞장에 내 마음을 담은 한두줄을 써서 선물해주고 싶은 그런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