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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의 즐거운 인생
줄리아 차일드.알렉스 프루돔 지음, 허지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먹는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전문 요리인도, 맛있는 음식만 골라 먹을 줄 아는 미식가도 나는 아니지만
매일매일 내 입속으로 들어오는 음식들을 음미하는 시간이야 말로
하루 중 가장 활력 넘치는 시간인 건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 요리는 동경의 대상이긴 하지만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그렇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우아한 프랑스식 식사를 경험해 보고 싶게 만드는
소박한 내 꿈의 대상이다.
그런, 가까이 하기엔 조금 먼 프랑스 요리를 향해
자신의 전 생애를 바친 열정적인 한 요리전문가의 이야기는
요리를 단지 먹기 위한 음식을 만드는 행위로만 바라보던 내 눈을,
열정과 애정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줄리아 차일드는 미국에서 유명한 요리 연구가이자 유명한 요리 프로그램의 진행자이다.
미국의 프랑스 요리의 대모격이랄까.
188cm의 큰 키와 호탕하면서도 열정적인 목소리를 들은 사람이라면
(물론 직접 보진 않았지만 글 곳곳에 묘사된 그녀의 모습은 쉽게 짐작할 만하다)
누구나 그녀에게, 그리고 그녀의 요리로 빠져들어버렸을 게 분명하다.
글로만 만난게 전부인 내게 그녀를 동경하게 되어버렸듯 말이다.
<줄리아의 즐거운 인생>은 그야말로 프랑스 요리에 미쳐버린 한 미국인 여성 요리가의 이야기다.
프랑스 요리에 대한 설명이 주로일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우연히 맛본 프랑스 요리에 빠져 이후의 시간들을 오롯이 프랑스 요리연구와
그걸 책으로 만드는 데 바쳤던 줄리아의 인생을 따라
때론 유쾌하게, 때론 열정적인 목소리로 풀어내고 있다.
이 책 곳곳에는 그녀가 <프랑스요리의 대가가 되는 법>이라는, 장장 700페이지가 넘는 거대한 책을 쓰는 과정과 그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삶의 순간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어려운 프랑스어의 요리 이름들이었지만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묘사한 우아하고 맛있는 프랑스 요리들에 빠져버렸다.
단지 요리만이 아니다.
그녀가 그 요리들을 책에 소개하기까지 단 한순간도, 한 과정도 대충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완벽한 요리들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장면들은
과연 장인정신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한 요리, 그녀의 인생을 바꿔버린 프랑스 요리,
그걸 그토록 사랑했던 그녀의 인생과 충실한 동역자 남편 폴의 이야기,
그리고 항상 줄리아의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던
일등공신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엇인가에 이토록 강렬하게 빠져 열정적으로 살았던 줄리아의 인생은 내게 큰 도전이 되었다.
그건 단지 그녀가 프랑스요리의 대가로 성공했고, 유명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줄리아가 프랑스요리에 대해 가졌던 열정
그리고 실패해도 끊임없이 시도해서 결국은 누구나 감탄할만한 요리와 요리책을 만들어낸 끈기,
정말 오랜시간이 흘러버려 당연히 포기할 수도 있었을 저술의 전 과정을
인내하고 인내해서 대작으로 프랑스 요리책의 고전으로 만들어낸 인내심,
일보다 사람을 중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따뜻한 인간애,
이런 요소들이 줄리아를, 그리고 그녀의 인생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주었던 건 아닐까.
조금은 무력해져있는 내 삶에,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열정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을 그녀, 줄리아에게서 배운
내겐 큰 의미로 다가오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