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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싶어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야마모토 후미오의 소설을 몇권쯤 읽게 되었을때 그녀에 대해 갖게 된 인상은
결혼에 대해 꽤나 심도있게 관심을 갖고 작업을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때론 건조하다 싶을 정도로 담담하게, 그러나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빠지는 그녀의 문체에서
슬슬 빠져나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을때 그녀의 에세이 <결혼하고 싶어>를 만나게 되었다.
제목부터가 노골적(?)인, 그 솔직함이 귀여워 슬몃 웃음이 났다.
본디 소설은 상상이 가미된 거지만 에세이는 작가의 생각이나 삶을 그 어느것보다도
고스란히 담아내주는 장르아닌가.
소설속 주인공에 투영된 모습이 아니라 진짜 날것 그대로 야마모토 후미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한껏 차올랐다.
<결혼하고 싶어>는 그야말로 결혼에 대한 작가의 여러가지 시선들을 담아내고 있다.
종이위에 결혼이라는 두 글자를 써놓으면
거기서부터 파생되는 무수한 생각들,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게 되는 결혼에 관련된 사소하지만 누구에게는 너무나 중요할 문제들에 대한
작가의 솔직하고 솔직하고 솔직한 생각이 담겨 있다.
잘난척도, 자기의 생각을 독자에게 설득하려는 의도도 전혀 없이
그저 그녀가 살면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솔직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어쩔때는 그래그래 나도 그랬지 하는 공감의 마음이 들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독특한 결혼관을 가진 그녀의 특이한 생각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이래요"라고 말하는 솔직함이 귀여워
쿡쿡 웃음이 나기도 한다.
에세이라 그런지,
그녀의 소설들만 읽고는 담담하긴 하지만 조금 건조한 느낌이라고만 느꼈던 나같은 독자들이라면
<결혼하고 싶어>에서는 에세이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재기발랄하고 솔직한 그녀의 또다른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무겁고 진지한 소설들만으로 그를 알고 있다가
소설과는 전혀다른 에세이속의 진짜 재밌는 그의 일상을 엿보게 된 뒤
단번에 하루키에게 빠져버리듯,
<결혼하고 싶어>로 만난 야마모토 후미오도 내게 그런 신선함으로 새롭게 다가온다.
누구나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한다.
결혼 적령기에 있는 사람도, 결혼하려면 아직 멀고 먼 청소년들도,
이미 결혼을 한 사람들도, 결혼 이후 어떤 형태로든 혼자가 된 사람들도 한번쯤은 혹은 그 이상
결혼에 대해 생각한다.
그런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그래서 어찌보면 평범하고 흔한 주제 아래 쓰여진 글임에도 불구하고,
공감하고 재밌어서 키득거리고 한쪽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잔잔한 감정들을 느끼게 된건 아마도
작가가 직접 경험한 것에서 비롯된 진솔함 때문이 아닐까.
결혼을 기대했던 흥분시간과 결혼한 후의 행복한 시간들과
안타깝지만 겪게 된 이혼의 경험과 다시 혼자가 되어 서른 중반의 독신으로 지내는 시간들을
모두 경험한 야마모토 후미오의 솔직하고 때론 반짝반짝 재치있는 글맛으로 풀어낸 이 책은
아마 결혼이란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렸다면
누구에게나 재밌는,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되어줄 것이다.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그녀의 재치있는 글맛은
이 책을 읽는 자들에게 선사하는 야마모토 후미오만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