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벽돌창고와 노란전차 - 산업유산으로 다시 살린 일본이야기 비온후 도시이야기 1
강동진 글.사진 / 비온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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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일본에서 대규모의 국제 도서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일본행 비행기를 타고 떠났던 적이 있었다.
그때의 나의 일본어 실력이라곤, 아리가또, 스미마센 정도,
그나마 영어라도 할줄 알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온 세계 공용어인 바디랭귀지 하나 믿고 그저 일본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만을 가지고

홀홀단신 일본으로 떠나 3박4일을 겁도 없이 도쿄도를 쏘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이후로 난 알수 없는 일본 사랑에 빠져버려서는
일본에 관한 책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탐독해야 직성이 풀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니, 이 책, <빨간 벽돌창고와 노란 전차>를 처음 받아 두손에 들었을 때의 기분이라는 것은

두말하면 입아플 정도의 기쁨 그자체였다고나 할까.
아무튼, 좀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시원시원 큼직한 판형에
표지에서부터 책장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감탄사를 멈출수 없게 만드는

멋진 일본 곳곳의 사진들이 가득한 이 책에 나는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일본에 관한 책, 특히 요 근래에 자주 눈에 띄는 것이
개인이 일본을 여행하고 나서 쓴 에세이 형식의 일본여행기인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 여행을 위한 전문적인 안내서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말이다.
일본에 관한 책들이 많아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참 좋은 일이라 생각하지만,
그 내용이 대부분 유명한 여행지 몇몇 곳을 중심으로 개인의 경험담을 쓴 것들이어서

내용이 중복되거나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고, 그것이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이전의 책들에선 맛볼 수 없는 색다른 경험 몇 가지를 해볼 수 있었다.

우선은 흔히 볼 수 없는 일본의 도시들을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본 방문이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여행기와는 다른,

체계적이고 주제가 명확한 체계 아래 씌여진 글이라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딱딱하거나 어려워서 지루한 느낌을 주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또 예전에 사용했던 산업 유산을 오늘날의 쓰임에 걸맞게 다시 기획하고 재구성 해서

재활용하는 사례들을 보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을 늘 하지만,
결국 옛 것을 보존하려 애쓰기 보다는
새로운 것, 현대적인 것이 오늘날의 세계화에 더 걸맞는다는 명목아래

 가차없이 옛것을 버리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 떠올랐다.
이 책을 보면서, 진정한 ‘보존’은 외형만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옛것의 정신을 온전히 기억하고 소중히 여기면서도
오늘날 우리에게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을 살리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더해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무척 부럽기도 하고, 깜짝 놀라기도 했던 것은
바로 옛 것을 보존하려는 일본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지였다.
나라에서 지정해서 산업 유산을 재활용해 새로운 도시로 거듭나게 된 사례보다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그 유산들을 보존하자는 운동을 벌였고, 그것이 받아들여져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이 참 놀랍게 느껴졌다.
이것이 일본이라는 나라의 저력이라고까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저자가 이 책의 서문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우리 나라에도 이와 같은 산업 유산의 재활용과 보존 사례가 앞으로 많이 생겨서 이 책처럼,

우리나라의 산업유산에 관한 이야기도 새로운 책으로 엮어져 나오길 기대해본다.

 

아름다운 일본의 풍광과 함께
진정한 보존과 옛것을 아끼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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