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티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요근래 내게 생긴 작은 즐거움 하나는,

창해를 통해 잘 몰랐던 일본 작가들의 작품들을 다양하게 경험해볼 수 있는 순간들로부터 온다.

요즘은 꽤 여러권의 서로 다른 작가들의 책을 읽을 기회들이 내게 주어지곤 하는데

그때마다 "일본문학"이라는 하나의 틀로는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스타일의 이야기들을 만날때마다 재미를 넘어 곧잘 팬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만나게 되는 일본작가의 작품은 늘 나를 설레게 한다.

 

야마모토 후미오는, 이미 여러권의 작품을 쓴 작가이긴 하지만

나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어서 낯설기 그지 없었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새로운 작가에 대한 -게다가 요즘 내가 푹 빠져 헤어나올 줄 모르고 있는 일본소설이지 않은가?!- 기대감을 안고 찬찬히 책읽기에 돌입했다.

 

인터넷 서점 미리보기 서비스에서 본 것보다

열배쯤은 더 눈에 띄고 예쁜 표지 안에 담긴 야마모토 후미오의 열 개의 단편들은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조금 심심한가 하다가 이야기가 끝날때쯤이면,

아 이 사람 보통 사람이 아니군, 그렇게 섬세한 공감이라니.. 하고 감탄하게 되는 작품들이었다.

사실 <블랙티>라는 제목도 그렇고,

무언가 비밀스러움이 담겨 있는 것만 같은 표지의 소녀와 그녀의 분위기,

그리고 카피를 읽었을 때는 이거, 뭔가 약간의 스릴러와 추리가 가미된 로맨스 소설인가 하고 짐작했었다.

내 예상이 빗나가긴 했지만,

어디서 많이 본듯한 스토리를 살짝 비틀고,

범상치 않은, 그래서 더 현실감 있는 결말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이 작가의 작품을 읽게 된건

요근래 내가 얻은 독서의 기쁨중 상위에 올려도 부족함 없을만큼 행복한 사건이었다.

 

가장 맘에 들었던건 소설이라면 으례 그렇듯 조금 몽환적이고 꾸밈있는 이야기나 결말이 아니라 너무 담담해서 더 깊이 공감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점에 있었다.

열 개의 이야기들의 소재는 뭐랄까 그다지 특이하거나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겪거나 내 주위에서 종종 보는 일상의 사건들을 그냥 그대로 활자로 옮겨 놓은 것이랄까. 그래서 더 깊이 몰입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업그레이드를 강요하는 자기계발서나,

현실을 잠시 잊고 이상과 행복한 상상헤 빠져들게 하는 로맨스 소설들과는 또다른

소소한 일상을 담담한 어조로 써내려간,

그렇지만 그래서 전혀 색다른 글맛을 느낄 수 있는 야마모토 후미오의 책 <블랙티>는

조금쯤 지쳐버린 내게 잠깐 쉬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하는 마음의 여유를 주었다.

 

자기는 전혀 웃지 않으면서 담담하게 남들은 배꼽 빠지게 하는 그런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랄까?

특이하다 싶은 느낌을 받았던 무라카미 하루키나

정교하게 짜여진 추리로 숨가쁘게 읽어내려갔던 히가시노 게이고나

조금은 섬뜩한 결말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던 무라카미 류 같은 작가들과는

다르지만, 결코 떨어지지 않는 야마모토 후미오를

앞으로 나는 주목할 수 밖에 없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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