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
전찬일 외 지음 / 작가 / 200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은 아이를 낳고 현실적으로 좀 어렵게 되었지만,

결혼하고 신혼때까지만 해도 나는 거의 한달에 두편 이상의 영화를 꼭 챙겨보는 소위 영화마니아였다.

좋아하는 장르도 꽤 다양해서 별점 몇개 이상의 영화는 꼭 보려 했고,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따라 독립영화 개봉관에 가서 뭔가 난해하다 싶은 영화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영화관련 잡지도, 지나가다 사서 보든, 정기구독을 하든(물론 편애하는 잡지가 있긴했다)

매월 한권씩은 독파(?)하고야 말았으니 어디서 영화 이야기가 나오면 꼭 한두마디 씩은 거드는

나름 중급은 되는 영화광이라 자부하는 편이었다.(여기서 중요한건, 과거형이라는 것!!)

 

그렇게 영화를 밥먹듯 챙겨보다 아이 낳고 그때만큼 영화를 섭취할 수 없게 되자,

어느순간부턴가 무슨 영화를 보아야 할지조차 결정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영화소개 프로그램을 보거나 예고편이 지나갈떄면 꼭 보리라 다짐하던 영화도 하나둘 쌓여

이제 노트 한장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영화에 대한 내 굶주림을 씻어준 <2009 오늘의 영화>는 가뭄에 단비요

단팥빠진 진빵에 다시 나타난 단팥의 매혹적인 달콤함이었다.

4년동안 매해 <오늘의 영화> 시리즈를 내온 '작가'의 뚝심도 그러하거니와

유지나 라는 거물급 영화비평가의 기획참여, 그리고 차례를 훑어보았을때부터 찌릿찌릿 내 오감을 자극했던, 그렇게나 보고싶었던, 또는 이미 보았지만 새롭게 기억하고픈 영화들이 가득 담겨있는 이 책을 나는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안하고 읽어버리고 말았다. 마치 42.195킬로미터를 심장 터질듯 달려온 마라토너가 결승점에 준비된 시원한 냉수에 목을 축이듯 말이다.

 

한국영화 14편, 외국 영화 8편.

너무 상업적이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예술적이어서 부담스럽지도 않은 영화 선정과

각 영화에 대한 시원하고도 색다른 비평들을 보면서

내가 봤던 영화에 대한 느낌과 비교해보기도 하고, 전혀 몰랐던 의도들도 발견해가면서

책 읽는 몇시간 동안 영화를 보고 느끼는 내 시각이 조금은 자라난 것 같다.

 

내 생각에는 별로 뜰것 같지 않았지만 대박을 터뜨린 <과속스캔들>이나

배우들의 스타일이 참 좋구나 생각했떤 <영화는 영화다>

그리고, 전도연이라는 배우때문에 다른건 전혀 생각지 않고 그저 보고야 말았던 <멋진 하루>

영화관에서 보고, 집에와서 또 보고, 영화채널에서 우연히 보고, 명절 특방으로 보기까지 네번을 봤는데도 볼때마다 가슴이 울컥했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같이보러간 아빠는 결국 졸고 마셨지만 나는 내내 질질 울고야 말았던 <크로싱>...

코엔은 천재야 를 되뇌게 했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외에도 내가 보지 못했지만

책에 소개되는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올해가 가기전에 꼭 챙겨봐야 할 영화 리스트에 올려진

주옥같은 영화들이 이 책에는 예리하고 감칠맛 나는 비평과 함께 가득 담겨있다.

 

사실, 영화의 줄거리를 보여주는 책자들은 이미 주위에 너무 많기 떄문에

새영화가 나오면 개봉하기도 전에 대략 줄거리를 꿰고 있는 경우가 더 빈번해 진것 같다

그러다 보면, 이건 영화자체를 감상한다기 보다는 내가 아는 줄거리가 어떻게 비주얼화되는 건지

스크린에서 배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저 눈을 좇게 되는 경우도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런 아쉬움 떄문이었을까,

오랜만에 비평다운 비평으로 무장한 <2009 오늘의 영화>를 읽고 나니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새로운 방법하나를 더 배우게 된 것 처럼

앞으로는 영화보기를 좀더 재미있고, 무언가 남는 작업이 되도록 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특별히 친절하게 정리해 준 추천영화목록은

책에 동그라미 쳐두고 꼭 기억했던 챙겨볼만한 수작들이어서 더 반가웠다.

 

영화비평이라고 해서

늘 어렵고 심각할 거라고만 생각했던 편견을 깨고,

내 영화보기를 한뼘쯤은 자라게 해준 <2009 오늘의 영화>

앞으로 매년 계속해서 만나게 될 2010, 2011 오늘의 영화.... 를 기대해본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사람은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쓴 의견을 경험해 봐야 하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