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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 하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ㅣ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북디자이너인 나는,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거의 명확하다.
첫째는 일단 내용이 좋아야 하고, 둘째는 어쩔수없이 그 책의 얼굴, 표지를 보고 책을 집어드는 경우가 많다. 이 두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기분좋은 책이 있는가 하면
어쩔때는 한 가지면만 보고 선택한걸 조금은 후회하게 될 때도 있는데,
그런 언짢은 경험은 보통 표지에 홀딱 반해 책을 고르는 경우인 것 같다.
밀레니엄.
그다지 특이할 것도 없는, 오래전 21세기로 들어섰을때 너무 많이 써서 이미 식상해져버린듯한 느낌을 지울수없는 단어를 제목으로 가진 이 책이 내 눈길을 끈건 정말이지 순전히 표지 중앙에 자리잡고 앉아 내 시선을 정면으로 꿔뚫어보는 듯한 소녀의 얼굴 때문이었다.
게다가 부제로 달려있는 한문장은 표지의 소녀와 함께 기이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무의식중에 책을 돌려보던 중 어느 프랑스 독자가 이런 감상평을 붙여놓은걸 보았다.
"일요일 저녁에는 <밀레니엄>을 읽지 마라! 뜬 눈으로 월요일 아침을 맞고 싶지 않다면."
사실 이런류의 감상평은 약간의 과장이 포함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거참 거하게 평을 잘 해주었군 이라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첫장을 넘겼다.
그러나.
이 <밀레니엄>은 나에게 흥분으로 떠질것 같이 두근거리는 심장박동과
다음을 알고싶어 미칠것만 같은 궁금증을 비롯해 도저히 며칠동안 한시도 내 주위 몇 미터 밖으로 이 책을 떼어놓지 못할 정도의 강한 마력을 쏟아냈다.
마치 짜릿한 롤러코스터를 한바탕 타고 내려온 기분이다.
롤러 코스터를 타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 서서히 정상을 향해 레일을 타고 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앞으로 닥칠 흥분과 짜릿함에 잔뜩 설레게 된다.
그리고는 정상으로부터의 하강! 빠른 속도로 정신없이 롤러코스터에 몸을 맡기고 나면
세상에 그렇게 신나고 화끈한 느낌을 두번 느끼지 못할 정도다.
밀레니엄은 정말 고스란히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을 준 책이다.
첫번째 권은 주인공들이 맞게 된 거대한 음모와 사건을
정교한 플롯과 곳곳에 깔린 예상치 못한 암시들-이 부분은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속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 그리고 생생한 묘사를 통해 독자를 서서히 사건 한 가운데로 끌어들인다.
특별히 이 책의 주인공들의 독특한 캐릭터는 늘상보아왔던 추리 소설의 전형성을 벗어나기에
재미를 더해준다. 거기에 우리랑은 또다른 스웨덴이라는 나라만의 특징을 담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사고방식을 주인공들의 동선을 따라가며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점도 내겐 재미와 매력으로 다가왔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예상 밖의 퍼즐로 맞춰지는 범죄의 실체 또한 놀라울 따름이다.
작가의 상상력과 이야기 전개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을 통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의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마 이런 점들이 <밀레니엄>으로 하여금 단순한 추리소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웨덴과 유럽을 넘어 전 세계를 뒤흔드는 강력한 베스트셀러로서의 면모를 가능케 한점이 아닌가 싶다.
정말 오랜만에 읽으면서 호기심과 중단할 수 없는 재미로 무장한 책을 만난것 같다.
이제 그 프랑스 독자의 감상평에 한 줄을 더 추가해야 겠다.
"일요일 저녁에는 <밀레니엄>을 읽지 마라! 뜬 눈으로 월요일 아침을 맞고 싶지 않다면.
그 월요일 아침까지 <밀레니엄>을 다 읽지 않았다면 정상적인 하루를 포기해야 할것이다!"
왜냐하면 방대한 분량의 <밀레니엄>이지만
이을 읽다 중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를 바로 내가 겪었기 때문이다.
(출퇴근 길에도 내눈은 밀레니엄의 주인공들을 좇고 있었고,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에도 온통 정신이 팔려 시간 날때마다 책을 열어 힐끔거리기 일쑤였으니... )
이제 누군가 <밀레니엄> 그책 어때? 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당장 읽도록 해! 평생 잊지못할 시간을 선사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