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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 정태남의 유럽 문화 기행
정태남 글.사진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7월
평점 :
로마.
로마라는 이름을 생각할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늘 다양한 감정을 수반하곤 한다.
콜로세움으로 대표되는 웅장하고 찬란한 그들의 건축술에 대한 경탄, 거리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예술적 감각을 염두에 둔 것만 같은 정교함을 보며 느끼는 부러움, 이탈리아 반도에서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지역을 정복했던 막강한 군사력과 문화와 멸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세계 문화 구석구석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거대한 영향력에 대한 존경심.
오래전 멸망했지만 그 정신만은 그들의 거대한 문화만큼 영원히 남겨질것 같은 로마인들에 대한 존경을 넘어선 동경은
꽤 오래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시작된 것이었다.
로마인을 알고 싶었고 닮고 싶었기에 당연히 그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로마에 대한 관심 또한 깊은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일본이나 홍콩처럼 아시아권이 아니었기 때문에
로마는 마음으로는 가깝지만 물리적 거리만큼 실제로 가까이 다가가 경험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제목을 본 순간 이제껏 들어보았던 로마에 대한 수식어 중 가장 적절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길을 잡아끄는 매력과 한번 그 매력에 빠져들면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마력까지 소유한 도시 로마.
끄덕끄덕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첫장을 펼친다. 시작부터 기대로 부푼 마음에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경쾌하다.
책 뒷표지에서 본 문구에 “이틀에서 닷새 사이의 한정된 일정으로 알차고 효율적으로 로마를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로마 가이드북”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사실 흔히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은 짧은 지면에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 등의 정보를 모두 담아야 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설명으로 일관된 경우가 많고 그곳의 유래나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함께 실어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단기간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얻는데 지극히 충실한 내용이기 때문에 수박겉핥기 식의 소개라는 느낌도 지울수 없다.
그런데 이책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산책>은 그 구성부터가 일반적인 여행지 소개용 가이드북의 개념과는 많이 다르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저자가 그곳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낯선 방문객인 나와 함께 천천히 로마의 거리를 걸으면서 따듯한 목소리로 그곳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많은 곳을 보려하지 말고, 남들 다가는 곳은 다 가보고 말겠다는 맘으로 스쳐지나가지 말고, 로마라는 도시를, 그 도시를 가득 매우고 있는 로마인들의 역사와 문화를 하나씩 하나니씩 음미하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크게 16곳의 로마 시내 주요 명소와 의미 있는 역사적 장소를 소개하고 있다.
로마의 언덕 하면 으레 떠오르는 캄피돌리오 광장, 사진으로만 보아도 그 규모와 굉장한 건축술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콜로세움, 로마에 가면 누구나 한번 이상은 꼭 동전을 던져보고야 말게 만드는 트레비 분수,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햅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곳으로 유명한 바로크 양식의 계단, 역시 같은 영화 때문에 길게 줄을 서야 겨우 볼수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진실의 입’, 세계 최대의 성당이자 규모와 아름다움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베드로 성당’, 로마신화 하면 떠오르는 신전 판테온 등.
특히 이들 장소를 선정함에 있어서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장소뿐만 아니라 비록 많이 알려지진 않았어도 로마를 이해하는데, 그 문화를 느끼는데 꼭 필요한 장소까지 함께 소개하고 있다는게 정말 좋았다.
또 책의 가치를 더해주는 것으로 나는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주저없이 꼽고싶다. 전문적으로 사진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로마에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발견한, 오직 로마 사람이어야만 발견할 수 있는 앵글로 찍은 사진, 특히 야경들이 보는 내내 참 좋았다. 어디서나 볼수 있는 관광 안내용 사진 말고 로마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분이어서 그 사진들에 더욱 끌렸던 것 같다.
각 장은 제목과 함께 그 지역을 표시한 로마시내 지도로 시작되는데 골목길까지도 섬세하게 표기해 둔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처음에는 지도에 표기된 지명도 한국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한글로 써놓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차피 현지에 가서 간판 등이 한글로 표기되어 있을리 없으니 오히려 이렇게 원어로 써놓은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로마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더욱 구체화된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한 장소마다 그곳에 얽혀있는 역사적인 사건,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던 배경, 그 장소를 만들고 오늘날까지 어떤 과정을 통해 전해지게 되었는지, 그 속에 담긴 문화를 대하는 로마인들의 태도가 무엇인지까지 정말 재미있고 유용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나는 로마를, 단지 유럽의 문화를 대변하는 꼭 한번은 방문해볼만한 관광지가 아니라 이제는 로마라는 것이 의미하는 그 모든 것을 직접 느껴보고 만져보고 경험하면서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으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관광지로서의 로마가 아니라 살아숨쉬는 문화로서의 로마를 만났다.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의 두께에도 불구하고 첫장을 넘긴 순간부터 이 매력 때문에 중간에 멈출수가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난 아무래도 로마의 마력에 빠져버린 것 같다.
누군가 뻔한 이야기 말고 진짜 로마를 만날 수 있는 책을 원한다고 말하면 나는 주저없이 이 책을 권할 것이다.
로마라는 도시가 어떤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갖는지 지루하지 않게 설명해 주는 이 책이라면
로마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기 위한 가이드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로마에서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현지인인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테니 말이다.
또 누군가 로마여행을 위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역시 이 책을 권할 것이다.
로마에 갔다면 누구나 보고오길 바라는 장소를 그 유래와 뒷이야기까지 친절하고 유쾌하게 설명하는 책이라면 단연 이 책이 으뜸일 테니 말이다. 물론, 세세한 쇼핑 정보나 가는 법등을 알아야 한다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여행이라는 게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유명 관광지를 우루루 훑고 오는 것은 아닐 테니.. 게다가 그런 정보는 현지에서 얻는 관광안내 책자 정도로도 충분할 테니 말이다.
이제 이 글을 마무리 하고 나면, 나는 따끈한 커피 한잔을 만들어 놓고 차분한 마음으로 이 책의 첫장을 다시 펼칠 것이다.
다음이 궁금해 견딜 수 없어하며 읽느라 혹 내가 놓친 작가의 행간을 찬찬히 살피고 읽으면서 다시 로마의 거리를 산책하려 한다.
첫만남과는 또다른 로마를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