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피, 열
단시엘 W. 모니즈 지음, 박경선 옮김 / 모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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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피,열 - 단시엘 W. 모니즈

제목을 봤을때 어떤 이야기일지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던 이 책은 11편의 단편들이 담겨있고 첫 단편을 읽는 순간 충격과 강렬함에 사로잡혔다. 각 단편에는 다양한 나이대의 유색인종 여성들이 등장하고 그녀들의 삶의 모습은 독특하고 강렬하고 자극적이다.

'만약에' 게임을 즐겨하는 13살 소녀 키라와 에바. '웅덩이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땅에 파묻히면 어떻게 될까' '옥상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대화를 주고 받던 둘! 결국 자살을 선택한 한 소녀와 살아남은 소녀의 이야기 (우유,피,열)
좋은 엄마가 되고 싶지만 뱃속 아이의 유산으로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는 여자와 이제 그만 잊으라는 그녀의 남편(향연)
암에 걸린 아내는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바에 가서 다른 여성과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남편의 이야기 (천국을 잃다)
친아버지와 새엄마의 아이들과 물놀이를 가게 된 샤일라는 절친과 같은 사촌 트위트를 데려간다. 그리고 물에 빠진 네 아이들. 살기 위해 사촌동생을 짓밟고 살아나오려 한 샤일라의 이야기 (배의 바깥에서)
임신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어지럽혀질까 걱정이 되는 빌리의 이야기.(필요한 몸들)

어딘가 불편하면서도 강렬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거침없이 그리고 감각적인 문장으로 들려주는 낯설지만 빨려드는 듯 몰입감을 경험하는 소설이었다. 죽음이나 불편한 상황들에 마주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평범하지만은 않겠지만 예상되어지는 전개는 없었던 듯하다. 전부를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읽는 순간 즐거운 독서가 된다면 그것만으로 읽을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 사실 에바의 관심 대상은 죽음 자체라기보다는 자신의 부재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호기심이다.

📕 혐오의 본질은 뭘까요? 어디에 쓸모가 있죠? 제이는 그 마을 사람들, 그들의 귓속말, 매정한 규범, 편협한 시선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철저히 소외시켜 여자의 빛을 꺼트리려고 공모했던 그들을.

📕사람들이 떠나버릴 수 있는 그 빠른 속도에 멍해졌다. 닫혀 버리는 문에 대해,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나 작별인사 조차 없다가 나중에야 안녕을 비는 것에 사람은 어떻게 익숙해질 수 있는가

📕깊은 슬픔의 수렁에 빠졌을 때는 누군들 동행을 찾지 않겠는가?

📕 아기는 훗날 온전한 사람으로 자랄 것이고 그렇게 되기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도리어 내가 망가뜨린다면? 물론 모두가 엄마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관습적인 의미로는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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