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의 인사 - 김서령⠀한적한 소도시 한주은행 연정시장지점의 한수정 대리. 그녀의 나이는 29세. 📘 그래요...누구에게나 역사 같은 거, 있는 거니까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없는 거니까. 그렇죠? 그래서 내 얘길 좀 들려드리려고 해요. 괜찮겠어요?⠀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가 싶었다. 사랑에 울고 웃고 친구같은 두 여동생들의 이야기등등 말이다. 매일 같이 은행을 찾는 손님이 있었다. 연정시장 날개떡볶이 사장 김철규. 유명한 맛집답게 돈을 쓸어 모으는 그는 매일 돈을 입금하러 한주은행에 들러 한수정 대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한수정대리는 고객이랑 얼굴붉혀 좋을게 뭐 있을까 싶어 그냥 웃어 넘기곤 했다. 시간이 없는 점심시간엔 날개떡볶이에 들러 끼니를 때운적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요, 참 이상해요. 사랑은 두 사람이 같이하는거 아녜요? 혼자 하는 거... 그런 것도 사랑이라 쳐 주나요? 내가 철규씨를 사랑한 적 없는데 내가 죽은 일을 두고 사람들은 왜 자꾸 사랑 타령을 하는 걸까요?⠀📘 "한대리님을 사랑한 거 말고, 제가 잘못한 일이 뭐가 있어요?"⠀ 한수정대리의 거절에 이 대사는 공포가 되어버렸고 김철규가 가방에 챙겨온 망치는 한수정 대리의 정수리를 내리치고 말았다. 피해자는 말이 없고 가해자는 온갖 보호를 받게 되는 이상한 풍경. 스토킹하거나 괴롭힌 적 없는 떡볶이 청년의 순정?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어이없이 비난받고 슬픔까지 견뎌야하는 피해자의 가족들. 가해자지만 온갖 이유와 변명이 통하고 또 그를 변호하는 사람들. 수많은 데이트폭력의 피해자들이 더는 생기지 않길.⠀📘 그러네요. 그 사람은 집에 갔다는데 나는 집에 돌아가지 못했네요.#수정의인사 #김서령 #폴앤니나 #폴앤니나소설시리즈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