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바다 암실문고
파스칼 키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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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치는 물결같이 문장이 밀려 오는 소설이다. 쉽게 부서지고 멀어졌다가 다시 다가오는 감정선이 파도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시대극인데다 실존인물과 허상의 인물이 동시에 등장하는 것이 이 소설을 신화적으로 보이게 하는 요소다. 인물들은 마음껏 자유롭고 욕망하고 아파하고 사랑한다. 음악은 이들이 이어지는 연결고리처럼 보인다. 얼핏 보면 두서 없이 쓰여진 것 같은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철학이 느껴지기도 한다. 1600년대 음악가들의 삶은 마치 조각을 모으기 위해 떠나는 여정처럼 다가온다. 그 조각을 모으면 끝에는 안식이 있을까? 


p.45 사랑의 바탕에는 남다른 격정이 있어 이전까지의 상태를 완전히 해체해 버리는데, 그 힘은 참으로 강력해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황폐하게 만들어 버린다. 


p.422 더없이 큰 사랑 속에도 우리의 불충분함을 비난하는 눈길이 있다. 아마 우리 자신이 그런 눈길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 순간적인 뾰로통함은 우리 자신이 주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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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생트의 정원 문지 스펙트럼
앙리 보스코 지음, 정영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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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로 익히 알려진 앙리 보스코의 소설이라고 해서
도대체 어떤 서술을 하기에 몽상가라는 이름을 얻었나 싶었다.

이아생트의 정원은 작가가 그린 평화로운 시골로
지상낙원으로 여겨지곤 하는데, 그래서인지 목가적 풍경의
서술이 끝내준다. 이래서 몽상가로 불리는구나!
농장 주인인 메장씨가 한 소녀를 떠맡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지만, 소녀와 메장의 거리는 무대위 연기자와 객석의 관객만큼이나 멀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것이 한층 더 어렴풋한 느낌이 든다. 이 기분을 설명할 수 없다....

아무튼! 3부작 중 마지막 소설인지라 앞선 두 작품이 궁금해졌다.
이아생트가 곧 히아신스라고 하는데, 이 꽃이 지닌 신화적 요소도 알아가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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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잊은 어떤 화가들 - 근대 미술사가 지운 여성 예술가와 그림을 만나는 시간
마르틴 라카 지음, 김지현 옮김 / 페리버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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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서양미술은 아이러니하게도 수 많은 시도와 발전이 있어왔지만 동시에 여성 화가에 대한 차별과 멸시는 이상하리만치 퇴보되었다.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이 두려웠던 탓일까?

우리는 이 책을 통에 미술사가 지워버려 우리가 미처 만나지 못한 멋진 여성화가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녀들이 지나온 노력의 흔적, 사회적 분위기도 상세히 서술되어 있어 당대 예술의 보고였던 프랑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 수 있어 좋았다. 언젠가 현장에 가서 직접 작품을 보고 싶다는 내 꿈이 더 커진 순간이었다.

이 책의 더 좋았던 점은 이들을 단순히 “잊혀진 여성 화가”로 규정짓지 않고 화가 그 자체로 본다는 것이었다.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분명 유익한 책이 될 것 같다.

#우리가잊은어떤화가들 #책추천 #여성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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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 - 보부아르와 넬슨 올그런의 사랑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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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는 급진적인 작품들로 유명하지만, 그래서인지 그녀가 사랑을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 낯설기도 하지만, 이 서한집은 단순히 사랑의 고백을 넘어서 프랑스 예술계를 고백하는 편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는 것 같다.

보부아르는 연인 넬슨에게 편지를 통해 당대 예술가들과의 만남과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 어떤 가치관에 관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적어 보냈다. 17년간 이어진 이 편지로 우리는 그녀의 정열을 볼 수 있고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으며, 전후 프랑스의 혼란스러움도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이 솔직함이 둘의 사랑을 더 낭만적으로 그려보게 하는 책이다.


#에세이 #도서제공 #서한집 #보부아르 #연애편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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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들 환상하는 여자들 2
브랜다 로사노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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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마녀들은 멕시코 소설로 주인공인 조에가 치유자인 펠리시아나를 인터뷰하면서 경험하는

치유의 과정이 기록된 책이다. 총 19장으로 구성된 <마녀들>은 조에 자신의 이야기와, 

펠리시아나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번갈아가며 각 장이 반복된다. 이러한 구성이 조에가 서서히

치유되는 여정을 함께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펠리시아나에게 중요한 치유의 과정은 언어이고 그것이 곧 치유가 필요한 이들과의

소통의 창구가 된다. 이 언어가 시사하는 바가 몹시 재밌는데, 나는 이것을 나 자신에게

나 스스로가 필요한 말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치유자는 그저 그것의 물꼬만 터 줄 뿐.


조에의 여정에 함께 올라 언어로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이 나를 마녀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겠다. 간결하고 복잡하지 않으면서

깊이 있는 소설이다. 단순한 플롯으로 상징성을 띤 매개체를 이용해 독자로 하여금 그 의미를

다방면으로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 재밌는 책이다. 


"이것이 바로 언어가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만물에 질서를 부여합니다. 씨앗이 움틀 수 있도록 겨울 다음에 봄이 오는 것처럼, 언어는 비옥한 나날을 몰고 옵니다. 우리가 겪은 일들에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현재를 분명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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