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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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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무법자>는 30년 전 일어난 사건 하나로 30년을 넘은 세월동안 그 사건과 한가닥이라도 얽힌 인물들이 끊임 없이 휘말리는 이야기다. 인간은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어떤 실수는 되돌릴 수 없고, 그로 인한 파장은 오롯이 스스로가 받아내야 할 것임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그게 가혹할지라도.

주인공 더치스는 10대 소녀로, 소중한 사람들을 보내고 간직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게 주된 이야기다. 어른들이 저지른 일로 감춰진 진실때문에 애정에서 한껏 밀려 난 이 작은 아이는 스스로를 무법자라고 지칭한다. 잔뜩 날을 세워야만 다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겠지. 그래야 어린 동생 로빈도 지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살인이라는 잔혹한 행위는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계속 죽여나간다. 그래서 결국엔 살인자 스스로도 어딘가 죽어버리게 만들지 않을까. 이건 정의일까? 정의란 무엇일까? 복수라는 정의에 정말 단 한줌의 실수도 없을까.


스릴러라고 해서 단순한 사건을 기대하고 읽었는데 기대했던 것처럼 초반에는 꽤 긴장감 있게 읽었지만 끝에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반전들이 계속 등장해 마음을 뒤흔들었다. 단순히 사건의 전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의 심리를 심도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인물이 상황을 타개하는 데 있어서 멈칫거림, 무모함, 어리석음까지 세밀하게 묘사되어 인물들이 하는 행동을 이해하기 좋았다.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놀라고, 가슴아프고, 울게 되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 우리도 언제나 무법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p.361 “자유의지는 환상이에요. 그걸 더 일찍 받아들일수록 더 일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p.389 "핼이 그러는데 끝은 또다른 시작이래.”
“그러 지금 우리는 어디쯤 있는 거야?”
“그게 중요한지 잘 모르겠는데.”
“어디든 간에 여기 조금 더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작은무법자 #위즈덤하우스

*본 리뷰는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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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어느 순간을 가리키자면 달달북다 7
예소연 지음 / 북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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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달달북다 시리즈 그 세번째 주제는 하이틴으로 첫번째 도서 <어느 순간을 가리키자면>은 고등학생인 동미와 이석진 그리고 명태준이 이야기의 꼭지가 된다. 명태준은 학교폭력의 가해자이며 피해자는 이석진이다. 석진은 물리적으로 피해자이지만 어찌보면 결코 굴한 적 없는 캐릭터로 그만의 올곧음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런 옆에 동미가 있다. 방관자이자 친구이자 명태준을 향한 반기의 대상이다. 석진과 동미 사이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교복을 입은 여름, 끈적거리고 특유의 퀴퀴한 교실의 냄새, 가해자와 피해자 그들을 지켜보는 방관자 혹은 또 다른 피해자의 시선들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나와 다른 모습에 느끼던 설렘도.그 시절 유독 나의 문제가 안쓰럽고 아파오던 나이. 아이라기엔 커버린 10대 끝자락에서 감정을 배우던 때가 기억나 그 시절 유행했던 인터넷 소설속으로 뛰어든 것 같았다.

이들의 관계를 간단히 정리할 수 없고 그들이 겪는 감정도 간단히 나열할 수 없어서 그 시절의 감정이 불쑥 기억나기도 했다.
“그때 그 시절 우리는 무언가를 아주 절실히 참고 견뎌내고 있었는데, 그 무언가가 도대체 무엇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라는 책 속 문장이 이 책을 관통하는 것 같아 좋았다.

하이틴하면 역시 풋풋한 첫사랑의 맛! 그리고 저마다의 아픔을 서투르게 위로하는 맛이다.


-그러니까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어버린 것. 이렇게 된 나. 나는 어떻게든 살아서 이렇게 되었다. (작업일기 중)

"다 실수지. 그맘때는. 근데 어떤 건 돌이킬 수가 없어. 그게 문제야."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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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과 함께 서쪽으로
린다 러틀리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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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실화을 바탕으로 1938년 2차 세계대전이 꿈틀거리고, 경제대공황으로 부랑자들이 넘쳐날 때를 배경으로 한다. 동물을 통해 사랑과 유대를 배우는 주인공의 여정에 함께할 수 있는 이야기.

서쪽으로 떠나게 될 기린들은 아프리카에서 캘리포니아에 있는 동물원에 가기 위해 수송된 기린 두 마리로, 허리케인을 만나 동쪽 바다에 상륙한다. 주인공 우드로 윌슨 니켈은 17살의 소년으로 텍사스의 거대한 모래폭풍으로 가족을 잃고 고아가 된 채 친척에게 빌붙어 살다 이 허리케인에 휘말려 친척도 잃게 된다. 희망이라곤 없어보이던 그때, 선착장에서 기린들이 트럭을 타고 꿈의 도시이자 서쪽 끝에 있는 캘리포니아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우디는 무작정 트럭을 쫓기 시작한다.

기린들은 당시 매끄럽지 못한 도로와 끝없는 우회로, 당시 보기 드문 동물이 돈으로 보이던 서커스단의 위협을 피해 그야말로 폭풍속으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훔친 오토바이로 트럭을 쫓던 우디는 우연한 기회속에 운송 담당자 라일리 존스씨의 기린트럭 운전기사가 된다. 대륙을 횡단하는 두 인물과 두 기린의 여정이 이어진다.

-이 이야기는 그 무엇도 가진 것 없는 고아소년이 혼란의 시대속에 마음을 붙일 곳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인생이 마치 그의 삶을 바꾼 모래폭풍처럼 이리저리 휩쓸려다니고 끊임 없이 그를 뒤쫓는 것 같을 때, 단단한 다리로 딛고 선 기린의 의지와 따스함이 우디를 성장하게 한다.

책의 구성은 나이가 들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우디 영감이 요양원에서 자신의 죽음을 느낄 때 써내려간 것으로 서술된다. 그래서 더 절절하게 와닿았던 것도 같다. 서쪽으로 가면서 우디와 함께 동물과의 유대, 인간적 성장을 겪을 수 있는 드라마다. 단순히 앞에 펼쳐진 도로를 따라 달릴 것만 같을 때마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닥쳐오는 현실은 우리의 인생과도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럴 때 우리에게도 기린이 다가올까? 기린이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

p.193 그들의 엄청난 존재는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심지어 저항할 수도 없는 방식으로 내가 아주 크고, 차분하고, 마음이 따뜻해질 만큼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 나는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을 만큼 기린들에 대한 감정에 압도당했음을 깨달았다.

p.126 “넌 지금 네 뒤에 정말 특별한 애들을 태운 거야. 그러니 기회가 있을 때 애들한테 그 비밀에 대해서 물어봐야 돼.”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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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 - 숭배와 혐오, 우리 모두의 딜레마
클레어 데더러 지음, 노지양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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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은 괴물이 되어버린 창작자의 이야기다. 추악한 사생활로 범죄자가 되고 혹은 역겨운 사상으로 인간적 공감을 상실하기도 한다. 작가, 감독, 가수 등 어디에나 있는 이 괴물들은 자신들이 세상에 내놓은 ”주목할만한“ 작품마저 더럽힌다. 소비자들은 그들의 작품을 마주할 때 그들의 더러운 이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책은 괴물들을 파헤치는 걸 넘어서 그들을 좋아했거나 그들의 작품을 소비하고 싶어 괴로워하는 대중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대부분의 말에 동의하고 결론은 약간 비동의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이 없었기에 좋았고 괴물들을 좋아해봤고 소비를 망설이는 중인 나로서도 내 마음의 중심을 어디에 둬야할지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괴물들을 읽으며 각종 성범죄와 마약을 저지르는 아이돌과 배우들이 떠올랐고 그들을 좋아했던 과거까지 뒤엎어버리게 되던 일들이 떠올랐다. 이 부분은 책에서도 언급된다. 괴물이 된 창작자들 중 남성은 대체로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이 문제라면 여성은 가정과 아이를 저버리거나 인종차별주의자인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예술가는 얼만큼, 어디까지 미쳐야할까? 예술가라는 이름아래 숨어서 대중의 박수로 소리를 감추고 음침하게 추악한 일을 하는 범죄자들의 작품을 우리는 어디까지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 괴물들의 창작물은 그들이 낳은 알이나 다름 없다. 괴물들과 그들의 창작물을 별개로 떼어놓고 볼 수 있을까? 작가는 이 지점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예술과 예술인의 사생활이 경계가 사라지고 그들의 사생활도 하나의 예술로 소비되는 요즘에 읽어 보기 좋은 책이다.

📖p.73 얼룩은 퍼지고 흘러 어쩔 수 없이 와인 자국을 남긴다. 개인사 노출의 결과다. 범죄는 사람이 저지르지만 얼룩은 작품에 남는다. 그리고 그 작품을 다루는 건 관객인 우리 몫이 된다.

📖p.138 창의적이 되기 위해서 가끔은 쓰레기가 된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걸까? 예술가는 어느 정도까지 사회적 관습뿐만 아니라 정신적 혹은 정서적 올바름에서 벗어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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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우맨 암실문고
마틴 맥도나 지음, 서민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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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서포터즈5기 #도서제공 #필로우맨

<필로우맨>은 마치 괴담처럼 베개로 만들어진 인형이 미래가 불행할 것이 분명한 아이들이 자살로 위장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제안해준다는 존재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베개인간의 이야기만으로 희곡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희곡은 이야기의 이야기로, 필로우맨을 창작한 주인공 카투리안의 여러가지 소설들이 인용된다. 이 소설은 무척 잔혹해서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극은, 단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배경은 취조실이다. 취조를 당하는 내용은 연속살인이며 이 단순한 플롯이 이야기의 이야기를 이끈다. 네 명의 인물이 뱉는 문장들은 노골적이고 거칠고 끊임없이 서로를 향해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서로의 허점을 낚아채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 형사와 용의자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얼핏보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도 필로우맨의 유혹을 이겨내 성장하는 이야기도 담고 있다. 솔직히 너무 노골적인 비아냥이 읽기 힘들었지만 비아냥거림 속에 누구보다 솔직한 진심이 드러나기도 해서 나중에는 몰입할 수 있었다. 필로우맨을 창작한 사람과, 필로우맨을 만났어야하만 했지만 그러지 못해 성장한 어른들이 죽음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 극의 가장 큰 그림인 듯하다. 그래서 어린시절의 나를 베개인간을 마주하게 할지, 필로우맨의 부드러운 유혹에서 벗어나 내 삶을 나아가는 사람이 될 지는 결국 내가 성장하는 문제가 아닐까. 부드러움으로 위장해야만 했던 필로우맨의 유혹이 없는 삶을 그린 적도 없는데 그리게 되는 책이었다.

희곡이란 장르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처음인데, 소설보다 묘사가 적어서 배경이 그려지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대사가 연속되다보니 속도감이 느껴져서 몰입이 잘 되는 점이 좋았다. 스릴러를 가장한 드라마 같은 희곡인 것 같다.

p.90 카투리안 - 그래, 필로우맨은 이렇게 생겨야 했어, 부드럽고 안전해 보여야 했지, 그가 하는 일 때문에 말이야. 그가 하는 일은 아주 슬프고 아주 어려운 일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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