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임 - 오은 산문집
오은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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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알리는 경험을 더 많이 한 사람도, 끝을 듣는 경험을 더 많이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상의 많은 소설이나 시나 노래가 대체로 “끝을 듣는 사람”을 향한 것을 보면 많이 아픈 쪽은 늘 그쪽이고 그래서 정말 “끝을 꺼내는” 일에 조심해야만 한다. 조심해줘도 많이 아프니까.

" 하지만 불현듯 끝이 찾아오는 경우, 끝을 말하는 사람에 비해 끝을 듣는 사람은 여러모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동안 어안이 벙벙한채로 있다가 나중에야 분노하고 마는 것이다. 끝을 알리는 일, 끝이라는 사실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일은 시작을 알리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시작은 마음을 채우는 일이라 마냥 설렐 수밖에 없다. 반면, 끝은 마음을 덜어내는 일이므로 어느 때보다도 신경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한다. 끝을 꺼내는 법, 끝을 시작하는 법에 마음을 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만날 때도 ‘안녕‘이라고 인사하고 헤어질 때도 ‘안녕‘이라고 인사하듯이. "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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