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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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려오는 아름다운 10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가까운 누군가의 부재와 상실로 인해 마음이 시린, 어리거나 젊은 주인공들. 회상과 현재가 절묘히 오가며 상실감을,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함을 다시금 뼈저리게 깨닫게 한다.

" 나는 부엌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집 저편에서 전화기에 토해내는 그녀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우리 둘 다 그날 밤잠을 자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이에는 많은 말이 오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서늘한 어둠 속에 마치 이방인들처럼 누워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서로에게 눈길을 삼간 채, 허리케인의 끝자락을 통과해 휴스턴 외곽의 작은 병원으로 차를 몰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우리가 막 서명함으로써 포기한 아이에게 지어줄 수 있었던 이름들을 떠올리며, 어두운 방안에 홀로 앉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 일어날 일이다. 그러나 오늘 오후, 부드러운 라임색 카펫 위 그녀의 벌거벗은 몸 옆에 누워, 비와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다만 클로이의 피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녀의 이름처럼 서늘하고 부드러운, 내 젊은 아내의 창백한 피부. 바깥거리에서 음악 소리가 커지고 클로이가 내 쪽으로 몸을 굴린다. "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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