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히는 말 - 단숨에 꽂히는 언어의 기술
프랭크 런츠 지음, 채은진.이화신 옮김 / 쌤앤파커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글쓰기 생각쓰기>, 돌베게

말하기와 쓰기를 다룬 책들이 많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말하기와 쓰기 등 사고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일 게다.

혹자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가장 큰 특징이 '사유하기'라고 하는데 그 주장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온전하게 옳은 말도 아니다.

그 이유는 인간이 왜 사유하는가, 에 대한 답을 명료하게 내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뇌가 있기 때문에라고 답할 수도 있지만 뇌는 동물이라면 흔히들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대답도 틀리지는 않았지만 옳은 답은 아닌 것 같다.

인간은 왜 사유할까? 인간은 왜 도구를 쓸까? 바로 인간은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불완전한 동물이기 때문에 그렇다. 여타 짐승과 달리 따뜻한 털도 없고 강하고 억센 어금니나 송곳니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재빨리 사위를 인식할 수 있는 눈(시력)과 귀(청력), 코(후각)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먹고사는 문제에서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먹고살자니, 살아남자니 일을 하게 되고- 보다 많이 움직이고 운동해서 먹을거리를 마련하고, 몸뚱이 하나 잘 뉘일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하게 되고 등등- 일을 하자니 좀 더 간편하고 익숙한 도구 따위를 만들게 됐을 것이다. 맑스주의자들이 인간의 본성은 '노동'이라 정의한 것도 그래서 어쩐지 일 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다.

말하기와 쓰기란 그렇게 인간이 고안한 도구 가운데 하나다. 상대와 먹고살아가는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나누고 교섭하고 때로는 투쟁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말하기와 쓰기인 셈이다. 물론 요즘 세상엔 전쟁무기와 같은 것도 있지만 그것은 논외로 치자. 일단 그것은 인간을 인간일 수 있게 하는 도구는 아니니 말이다.

그런 말하기와 쓰기를 다룬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일단 반갑기는 하다. 늘 인간의 사유를 어떻게 더 진전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그러나 말하기와 쓰기에는 왕도가 없다. 이것은 곧 사유하기, 가치관대로 살아가기엔 첩경이 없다는 말과도 같다.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쓰기를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더욱 더 인간답게 사유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자. 아주 단순하게는 말하기와 쓰기엔 대상이 있을 터, 그 대상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그 대상이 되어보자. 내 입장에서 줄곧 말하고 떠들 생각은 잠시 벗어두자. 그 대상이 되어, 그 사람이 되고 그 처지가 되어 "내가 그 사람이었다면"이라는 가정을 하고 보면 무시무시하게 발전하는 나의 사유의 깊이와 그리고 그에 바탕해 쏟아져나오는 표현력(말하기, 쓰기)의 상승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런 기술(테크니션)를 가르치는 책은 제발 그만 좀 읽자.

인간에 대한 사고와 배려의 깊이를 더욱 배가할 수 있는 그런 책. 책을 읽자. 책이든 신문이든 인터넷이든 다 좋다. 글자를 읽지 말고 글과 글이 만들어내는 이랑의 깊이를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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