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쪽으로 튀어! 2 ㅣ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금요일 야근 뒤 교보문고에서 2권을 샀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 즐겁고 흥겹고 하지만 초조한 감정을 차라리 즐기자며 가방에 넣어 두었다. 집에 와서 가방을 내려 놓고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하고 방에 배를 깔고 엎드리기까지 <남쪽으로 튀어> 2권이 가방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즐거운 주말 저녁이란 느낌에 머리가 주뼛주뼛 서기까지 했다.
이것은_아무래도 1권 말미에 암시를 하긴 했으되_성장소설로 시작해 전공투의 추억을 되뇌이는 일본판 <고등어>(공지영 저)를 범벅한 데다가 로드무비적 요소를 조금 가한 뒤 일상의 혁명을 추구하는 21세기적 운동권 불온서적임에 틀임없다. 마치 의학드라마로 시작했지만 법정드라마 보스턴리갈로 변신한 뒤 심금을 울리는 "과장님없는 하늘아래"로 마감한 <하얀 거탑>처럼.
지로의 아버지 이치로는 요즘 한국 판으로 치면 청산천하유아독존 스타일이다. 정파간 대립으로 치달은 과거 운동의 경험으로 집단(주의)의 실천 내지 연합(연대)를 거부하는 '지존'말이다.
매스미디어를 비웃고 한 때는 열정적으로 함께 한 (과거의) 동지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185센티의 거구로 직접 비난하고(매다 꽂고) 경찰권력과 공무원 집단 및 무언가 덩어리(집단)로 다가오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 이 낙천적이되 고집불통인 아나키스트. 실로 지로에게 고백하는 장면_아버지의 배 속엔 벌레가 들어있어~_에서 그 본질이 드러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지로는 다시 생각했을 것이다.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지만 어쩐지 아버지처럼 살고싶은 욕심이 스멀스멀 드는 걸!
간만에 유쾌하고, 그리고 사유하게 만드는 픽션을 읽었다. 일본 문화_소설, 영화, 게임 등_가 가지는 미시적인 것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문득 최근에 시놉시스만 접한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가 떠오른다. 그 누구도 관심두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의외의 생활소품들 말이다.
다만 이치로가 주변인들과의 연대에 인색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랬다면 이 <남쪽으로 튀어>의 컨셉을 깡그리 뭉갰겠지만.
마지막으로,
혹시 이 짓_이것을 쓰는 것_이 출판사 좋은 일이나 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한데 뭐 그래도 상관은 없다. 나를 위한 기록 쯤으로 여긴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