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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미식가 - 외로울 때 꺼내먹는 한 끼 에세이
윤시윤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2월
평점 :
윤시윤, 외로운 미식가, 답, 2016.
깔끔한 표지와 유명 예능 프로그램의 작가가 쓴 에세이라고 해서 이 책에 관심을 가졌다.
이 책의 저자인 윤시윤은 우리가 잘 아는 예능 프로그램인 <스.친.소>, <놀러와>, <영웅호걸> 등의 예능 작가이다.
제목만 보면 먹을 것에 대한 내용인 것 같지만, 책을 읽어보면 우리가 사는 인생을 6가지 맛으로 표현해낸 맛있는 책이다.
책 내용을 살펴보면 감각적인 사진들이 있어서 거기서 따뜻한 느낌을 받았고, 글도 줄줄 쓴 글이 아닌 시 같은 느낌이 있어서 읽기에도 편하고 좋았다.
짤막짤막한 글들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는 큼지막한, 멋진 글들이다.
책의 목차도 맛으로 표현되어 있다.
Sourness(시큼한 맛), Sweetness(달콤한 맛), Bitterness(쓴 맛), Hot Taste(매운 맛), Umami(감칠맛), Saltiness(짠 맛) 의 6가지 맛으로 표현된 우리 인생.
한 번쯤 다 맛 본 맛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 윤시윤은 어떤 경험을 통해 이런 맛들을 느꼈는 지 궁금했고, 작가의 경험을 통해 나의 경험도 떠올리며 공감했던 문장들을 소개할까 한다.
"혼자 밥을 먹고 있으면 쇼윈도에 앉은 광대가 된 기분이다. 웃기지도 슬프지도 않은 원맨쇼를 하는 기분. 그래서 주위에서 불쌍한 눈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그들은 아무 관심이 없는데 말이다." - <외로운 미식가의 어느 오후>
예전에는 진짜 이렇게 생각을 했었다.
정말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는데 혼자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 거 같은...
이제는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1인 전문 식당 같은 것도 생기고, 더 편해질 것 같다.
어쩌면 혼자 먹는 게 더 편할지도...
"그래, 없어지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미련은 언젠가는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진짜 좋아하는 건, 영원히 싫어지는 일이 없다." - <토마토>
뭐든 갖고 있다가 없어지면 미련이 남기 마련인 것 같다.
하지만 미련을 갖고 있는다고 해서 다시 생기는 것도 아니고...
미련은 툴툴 털어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빨리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짝짝이 젓가락. 한쪽이 다른 한쪽을 맞추려고 모양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길이를 깎거나 늘여 보려 해도. 결국 짝짝이." - <짝짝이 젓가락>
정말 짝짝이는 짝짝이일 뿐일까?
물론 서로 맞추기가 많이 힘들겠지만, 나는 짝짝이도 짝짝이 나름대로 언밸런스한? 어울림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것들이 있을 뿐." - <내꺼>
끊임없이 노력해도 완벽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니 흠 있는 것을 탓할 게 아니라 그 흠까지도 사랑하려고 노력해보자.
"근데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곳이 너네 집에서 몇 분 걸리는 곳이네. 강남역은 70분 걸리고, 미국은 780분 걸리고... 니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얘기야, 나한테는..." - <코끝 찡>
글로 읽으려니까 좀 오글거리는데 실제로 들으면 좋을 것 같은 말...
"보이지 않는 게 마음이지만, 마음엔 분명히 무게가 있다. 그래서 내가 줬던 그만큼이 돌아오지 않으면 허전하다." - <마음의 허기, 흰 쌀밥>
상대방이 마음을 달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 내가 준 만큼 받지 못하면 나 혼자 주고 나 혼자 서운해 한다.
그래도 나는 주는 게 더 편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표현하는 게 많이 부족한 것 같은데,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 마음껏 표현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기대는 내가 놓치지 않으려고 꼭 잡고 있지만 실망은 잡기 싫은데도 한번 잡히면 놓을 줄 모른다." - <1+1>
몇 번 반복해서 읽었던 문장이다.
기대와 실망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인 듯.
기대가 커지면 실망도 커지는 정비례하는 사이...
"'하다가' 끝맺지 않은 것. 나의 약한 의지를 증명하는 것. 오롯이 모든 정신과 행동을 쏟아 붓지 않은 것." - <하다가>
많이 말할 수록 좋지 않은 말인데도 하루에도 몇 번을 사용하는 단어인 것 같다. '하다가'
올해는 망설이지 말고 이 단어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계획된 내용을 실천하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다치고 다치다 보면 언젠간 다친 마음을 안아줄 사람을 만나게 될 거예요." - <마음, 먹기>
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줄 사람.
흠, 상처까지도 모두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생에도 백업 데이터가 있어서 돌아가고 싶을 때 백업했던 그때로 뿅하고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산다는 건 픽션(부재 : 내꺼 인 듯 내꺼 아닌 이야기)>
해가 넘어갈 수록 이런 때가 많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돌아갈 수가 없으니 앞으로는 그런 날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답인 듯 하다.
'글이 맛있다' 라고 느낀건 이 책을 읽고난 후 처음 느껴보는 것 같다.
처음에 읽기 전에는 저자가 예능 작가라고 해서 그저 재미있기만 한 내용일 줄 알았는데, 덤덤하게 자신의 경험을 풀어나간 게 매력있는 책이었다.
앞으로도 나는 다양한 맛을 맛보며 살아갈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도 그 맛은 그 때만 느낄 수 있듯이, 살면서 쓴 맛을 느끼더라도 그 순간만 지나가면 괜찮아질테니 너무 신경쓰지 말아야할 것이다.
♡ 이 서평은 여우야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무상으로 지원받아 다 읽어본 후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