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계정
송은영 지음 / 지원출판사(知元)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사랑' 이라고 하면 '설렘'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짝사랑' 이라고 하면 '외로움'이 떠오른다. '사랑'에 '짝'이라는 글자 하나 붙었을 뿐인데, 그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나도 짝사랑의 기억이 있다. 남들이 하는 짝사랑의 느낌도 나와 같을까? 짝사랑을 좋게 생각할까 아프게 생각할까? 그동안 '사랑', '이별'에 대한 에세이는 많이 읽어왔는데, 짝사랑을 주제로 한 에세이는 읽어본 적이 없어서 이 책의 내용이 더욱 궁금했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는 쉬운 사람이면 좋겠어 내가. 우리가 서로 마음끼리 닿는 사이라면 그 사이에서 나는 늘 쉬운 사람으로 있을게. -p85


<짝사랑 계정>은 이 세상에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칭 짝사랑 마니아 송은영 작가가 짝사랑의 모든 순간을 모아 만든 에세이다. 짝사랑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꼭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만을 담은 책은 아니다. 연인뿐만 아니라 친구들, 가족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짝사랑. 송은영 작가는 이런 모든 짝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송은영 작가는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짝사랑을 말하며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준다.


이제 그는 떠나고 없다. 그런데 그의 취향, 아니 이젠 나의 취향이 된 것들. 그로 인해 알게 된 많은 것들이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들이 되었다. -p113


책을 읽으며 내가 했던 짝사랑의 기억도 떠올려 보았다. 대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처음으로 좋아했던 선배에 대한 일반적인 짝사랑의 기억. '짝사랑은 외롭고 힘든 것'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나에게 있어 짝사랑은 그와 반대였다. 짝사랑의 대상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렜기 때문에. 나의 짝사랑은 안타깝게도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짝사랑이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하나의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그와 헤어지고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더는 사랑을 못해서, 연애를 못해서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한 사람. 그 사람이 내가 사는 세상에 이제는 살고 있지 않다는 것. 그래서 일상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것. 그게 가장 힘들었다. -p121


송은영 작가는 '어쩌면 모든 연인들의 사랑은 반쪽짜리부터 시작되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 사랑의 씨앗이 그보다 나에게 먼저 찾아온 것뿐'이라고. 나도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둘의 마음이 통하면 사랑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짝사랑이 되는 것일테니까. 이렇게 보면 짝사랑과 사랑은 어느 정도의 운이 따라줘야 하는 한 끗 차이인 것 같다. 나는 어쩌면 짝사랑이 '그 운이 찾아올 수 있는 희망이 있다'는 점에서 사랑보다 더 설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짝사랑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단정짓지 말고, <짝사랑 계정>을 읽으며 위로 받기도 하고, 짝사랑은 사실 지금도 흔히 일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며 나의 마음에 대해 더 솔직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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