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다 인생그림책 6
장현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스쳐지나가다 제목을 보게 됐는데, 그저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던 책이에요. 말이 너무 예쁘지 않나요? 피어나다-라니요.

그저 제목으로도 여리고 고운 생명의 치열한 삶이 느껴졌어요.



매미 애벌레는 3~7년간 땅속에서 지낸다고 하지요. 그리고 땅 위로 기어나와, 우화하고, 위에는 2주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한달 정도 산다고 해요. 우화 직후의 매미 애벌레는 그림처럼, 투명한 녹색이라고 합니다. 곤충이 탈피하는 모습을 한번도 꽃에 빗대어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책을 읽다가 찾아보니 정말,


꽃이 피듯, 피어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곤충 공포증이 있어서, 매미를 자세히 본적은 없는데 말입니다^^;

그렇게 2시간 정도 몸이 마르면, 우리가 아는 매미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짝짓기를 위해 숫컷 매미는 목청이 터져라 울고,

암컷매미와 만나서, 짝찟기에 성공하면 알을 낳고 그 알은 또 다시 유충이 되고, 다시 땅속에서 7년을 기다리고-

그렇게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매미는 기나긴 시간 땅 속에서 견디고, 살아갔겠지요.



사실, 7년을 기다리고, 2주를 환희하는 삶은 누군가 동정할 만한 삶은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그 삶이 완벽한 삶이니까요.

그 삶이 완벽해지기까지 수많은 위험이 도사림에도, 그로인해 한순간에 저 버릴수도 있음에도. 그들은 잠시의 피어남을 위해 땅 속에서 기어나와 오르고, 오릅니다.


제게 매미의 그런 삶은 우리네의 삶과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어린 시절, 쌓아내는 것들로 한순간에 방향을 정하고, 아니면 흘러가듯 정해지고, 그 후로 그저 앞을 보고 달려가는 우리들. 저는 사실 아이를 낳으면서 그런 삶에서 벗어났지만, 혹시 그런 삶을 살고 계신 누군가가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우리는 매미와 달리, 남은 삶이 많다는 걸 한번 쯤 생각해보고 자신에게 여유를 주시면 좋겠어요.


아, 피어나다라는 말 너무 예쁘지 않나요. 정말 우리나라 말은 고요하고 아득한 숲속에, 커다란 나무 밑에 흐르는 연못이 나뭇잎 사이로 햇빛을 받아 잔물결치듯 반짝거리는 느낌이 있어요.


그 느낌처럼, 이 책 피어나다는 사실 글을 읽고 어떤 의견을 나누는 책이 아닙니다. 그냥, 느끼는 거에요. 우리나라 특유의 곱고, 조용한 그 정서를 고스란히 느끼며, 심장에 스며든 애틋함을 느끼면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