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에서 가장 교양 있고 품위 있는 돼지 슈펙
존 색스비 지음,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 유영미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20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교양있고 품위있는 돼지 슈펙은 요즘처럼 불안감에 지치고 지쳤을 때, 동심으로 돌아가 정말 어린 아이처럼 한바탕 웃어재낄 수 있는 책이에요.
일단 표지를 한번 볼까요? 수상내역이 있어서 책 띠를 벗겨내진 않았는데요,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책띠를 안좋아해서 바로바로 떼어내는 편이에요. 보통 표지 디자인과 잘 어울어지게 디자인 되어 나오지만,
일러스트나 사진을 막는 경우가 많아서요.
그렇다보니, 우리 세상에서 제일 교양있고, 품위있는 슈펙이 가려졌네요.
이럴수가!

가장 클로즈업 된 요 돼지가 바로 슈펙이에요.
위쪽에는 거위와 토끼들이 자리했는데, 보기만 해도 토끼는 되게 방정맞네요.
교양과 품위를 갖춘 슈펙님 앞에서 체신머리 없이 뭐하는 건가 모르겠어요.
자, 어떠세요? 슈펙의 교양미와 품위가 계속 듣다보니 훅 오지요? 얼마나 교양있고 품위있는지 상상이 되나요?
사실, 표지와 제목을 보기만 해도 우리는 알 수 있어요. 슈펙이 정말 교양과 품위가 있는지. 이 책은 제목의 이런 느낌 그대로 반어적이면서, 순수한 슈펙의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턱시도와 나비넥타이, 와인과 안경, 지팡이. 셰펠 아저씨의 농장에 살고 있는 유일한 돼지 슈펙은 그런 남자입니다.
단 한마리 뿐이니, 얼마나 소중하게요?
슈펙은 자기애가 뛰어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교양있으며 품위있는. 일종의 귀족적인 돼지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돼지지요. 이 책에는 그런 슈펙과 셰펠 아저씨 농장 이야기가 총 29개로 나눠 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정말이지 세교품돼 슈펙은 웃음 코드가 많은 책이에요. 내내 잘난 척하고 허풍을 떨다 되려 당하다보니 나중에는 허풍 떨려다 말고 말을 쏙 삼키거나, 닭들을 그렇게 골려먹고, 개구리들에게 복수할 생각만 하면서 정작 조금만 강해보이는 상대를 만나면 은글슬쩍 입을 다무는 모습이라던가. 말이지요.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기승전결이 확실해서 전에서 고조되고 결에서 풋 하고 웃는 일이 많았죠.
가만히 생각하면 특별히 동물이 나오는 것 말고는 비슷한 구석도 없는 것 같은데, 저는 읽는 내내 호호할머니가 생각났어요.
다 커서 먼친척 조카네 갔다가 호호할머니 문고책이 있어서 머무르는 내내 엄청 재밌게 읽었는데, 계속 잊고 있다가 슈펙을 보니 아련히 생각이 나더라고요.
아마 그 특유의 순수함이 닮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 이런 감성. 정말 그리웠나봐요.
마지막으로, 슈펙은 되게 잘 만들어진 책이에요.
일단 하드커버의 표지가 정말 예쁘고 단단하게 만들어졌고요,
글밥이 어느 정도 있음에도 글자 사이즈나 행간 자간이 눈에 잘 들어오는 편이고, 하드커버라 뒹글거리면서 보기에도 좋아요. 게다가 중간중간 삽화가 있어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부분들이 있고 무엇보다 호흡이 짧지요. 그래서 이제 막 글밥이 많은 책을 읽기 시작하는 애들이 조금씩 나눠 읽기 좋아요.
또 아직 글밥책은 독립하지 못한 아이는, 엄마가 읽어주기에도 이야기 호흡이 짧아서 좋아서, 이건 내책이라고 읽었지만, 막상 읽고나니 꼭 꼬마랑 같이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하여. 마무리.
세상에서 가장 교양있고 품위있는 돼지 슈펙은 아이들에게 동질감을 유발시키는 요소를 가득 담은 슈펙의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그러면서 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유쾌하고 통쾌하게 풀어놓았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저는 꼭 읽어보십사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