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 가, 알프레드!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59
카트린 피네흐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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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리 가, 알프레드! 



알프레드는 그저 조금 다릅니다. 

그냥, 저와 제 아이가 다르듯. 그냥 다를 뿐이에요. 


하지만 이책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알프레드는 좀 다르게 생겼어요.

너 같은 애는 필요없어!

저리가!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도 모릅니다.

그저 좀 다른거에요. 그런데도 알프레드는 한순간 집을 잃고 떠돌게 됩니다.

작은 의자만 가지고요.


이제 알프레드는 집이 없어요.








집이 없는 알프레드는 여기 저기 떠돌며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요.

처음에는 자신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지만, 점차 자신이 있어도 되는 곳, 또는 자신과 함께 있어줄 사람.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찾아헤매요.

어쩌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건, 그런 게 아닐까요.

하지만, 결국 알프레드는 생각합니다.


아무도 날 원하지 않아.


쳐진 어깨, 작은 의자는 질질 끌려가고 있어요.

자신보다 훨씬 작은 저 의자조차, 알프레드에겐 너무 큰 짐입니다.

그렇지만, 알프레드는 걷습니다.

마음이 무너지고, 머리에서는 이미 모든 걸 포기한듯 단언하지만, 느리고 느리게, 힘겹고 힘겹게. 알프레드는 걷습니다.

그리고. 그곳이 보입니다.




저기 아주 작은 집이 있어요.

소니아의 집이에요.

혼자 살기 딱 좋아요.

소니아는 깊은 숲속에 혼자 살지만 행복했어요.

아무도 소니아를 볼 수 없었어요.



이 이야기에서 단언합니다.

저기 작은 집을 가진 소니아가 있어요. 소니아는 혼자 살기에 딱 알맞는 집을 가지고 있고, 혼자라도 아무 상관없어요.

소니아는 완벽하게 가득찬 자신의 삶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소니아와 알프레드는 어떻게 됐을까요?



제가 이책을 처음 읽었을 때, 제게 알프레드는 학대당한 9살짜리 소녀였습니다.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들에게 학대당하다, 또 당하다. 피를 흘리며 거리로 뛰어나온 어떤 소녀.

그리고 소니아는 그 소녀의 손을 잡고 편의점을 찾던 한 시민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펑펑 울었습니다.

소니아도 바로 알프레드에게 다가가진 않았어요.

하지만 밤새, 생각했을 겁니다. 누구지. 왜 의자를 들고 돌아다니는 거지.

어째서 자신의 집에 돌아가지 않았을까.



무언가의 시작에는 관심이 필요합니다.





몇년 전, 내전을 피해 예맨 난민들이 제주도에 들어온 사건이 있었어요.

그때, 국내에선 찬반 여론으로 들썩했습니다.

그때 저는 개인적으로 반대는 아니지만 싫은 기분이 들었어요.


여성의 인권을 무시하는 게 당연해보이는 아랍권의 사람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저지를 수 있는 일들이 상상 됐거든요.

그 상태로 오백이 넘는 사람들의 생존이 걸린 일은 제게서 그저 싫은 일이 되어 지워졌습니다.

그리고, 이년이나 지난 그일이 이책을 읽으며 저는 생각합니다.

오백명. 많다고 생각하면 많지만. 적다고 생각하면 적은 그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사상을 제대로 알려주고, 제도적으로 그들을 포옹하면서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요.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그저 싫다. 라고 생각하고 잊어갔던 제 무관심에 이제와서 통증과 자책을 느낍니다.


처음 이 책의 소개글을 봤을 때, 저는 다르다와 틀리다의 가치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만난 이야기는 그런 사소한 교육적인 가치보다 더 큰 것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소한 관심은, 누군가를 살게합니다.


내 사소하고 이유없는 미움은 누군가에게 집을 넘어서, 존재의 이유마저 잃게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나에게, 내 아이에게. 그리고 모든 독자에게 그 사실을 물들여 줄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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