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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도로봉
사이토 린 지음, 보탄 야스요시 그림,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19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도로봉이란 이름을 가진 도둑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 도둑은 돈이나 값비싼 물건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쓸모 없다고 느끼꺼나 버려진 물건을 가져간다. 그래서 물건이 없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도둑이 다녀간지도 모르고 신고조차 없다. 꼭 값싼 물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제차에 큰 그림도 있다. 하지만 없어져서 안도감에 눈물을 흘리고 다행이라 여긴다.
그런데 물건들이 처음부터 쓸모 없어졌을까? 처음에는 분명 필요해서, 예뻐서 가져왔지만 시간이 지나면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잊혀진다. 잊혀지지 않기 위해, 자신이 쓸모 있는 물건이라고 알리기 위해 소리를 내는가보다. 그런 물건들이 벼룩시장에서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시 빛을 낸다.
우리 집에도 이렇게 소리를 내는 물건들이 많을 것이다. 책상 서랍 구석에 있는, 내가 기억도 못하는 그런 물건. 도로봉처럼 물건의 소리는 듣지 못하지만 물건이 원래대로 쓰일 수 있도록 주문을 외워봐야 겠다. '도로봉 도로봉 도로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