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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산책
조항록 지음 / 행복우물 / 2026년 8월
평점 :
매일 걷던 길인데
어떤 날은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같은 길, 같은 공간인데도
그날의 기분과 날씨, 계절에 따라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달라진다.
어쩌면 달라진 것은 풍경이 아니라
그 풍경을 바라보는 내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시절산책》은 그렇게
걷는 것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목적지를 정해놓고 걷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문밖으로 나와 걷는다.
걷다 보면 사람을 만나고,
계절을 만나고,
뜻밖의 풍경을 만나고,
그러다 문득 나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나가기 전의 나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 겨울, 이타의 계절
“인간은 가난해서 춥고, 절망해서 춥고,
인생이 막 혼란스러워서 춥다.”
겨울은 날씨만 추운 게 아니라
마음이 추울 때도 겨울인 것 같다.
책 속에서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 채 길게 줄을 서 있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길래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줄을 섰다.
한참을 기다리다 궁금해서 물었다.
“여기 왜 서 있는 거예요?”
그런데 앞사람도, 뒷사람도
왜 서 있는지 모른다는 것.
우리의 삶도 가끔 이렇지 않을까.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가고,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
그러다 문득 멈춰 서서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지?’
하고 돌아보게 되는 순간.
그래서 겨울은
잠시 멈춰 서서
내가 걷고 있는 길을 돌아보게 하는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 봄, 제각각의 중심
“우리는 모두 제각각의 중심을 살아야 한다.”
참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이다.
사람마다 걷는 속도가 다르고
바라보는 방향도 다르다.
누군가는 빠르게 걷고
누군가는 천천히 걷는다.
중요한 것은
남의 속도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중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풀잎처럼
우리도 때로는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린 뒤에도 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같은 새를 바라보면서도
어떤 사람은 새가 노래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새가 운다고 한다.
결국 삶도 그런 것 같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더라도
내 마음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봄은
남과 다른 나의 속도와 중심을
조용히 인정하게 하는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 여름, 초록의 계절
여름은 단지
나를 땀 흘리게 하는 계절이 아니라
그 땀으로 내일의 열매를 키워가는 계절이 되었다.
여름의 풍경을 들여다보면
나무는 햇빛을 받아 더욱 푸르러지고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신의 열매를 맺어간다.
사람도 그런 계절을 지나며
조금 더 힘을 내고
삶을 더 생생하게 살아낸다.
번번이 다른 계절로
도망가고 싶어 하는 나를
여름은 외면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준다.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도
천천히 자라나는 초록처럼.
지금의 나도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일의 열매를 준비하며
조금씩 자라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여름은
지금의 시간을 견디는 일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 가을, 작별의 계절
가을은
작별이 많아서 더 간곡한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열매와 땅이 작별하고,
나무와 이파리가 작별하듯
익숙했던 것들이 하나둘
자신의 자리에서 떠나간다.
떨어지는 잎을 바라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붙잡고 싶은 마음과
놓아주어야 하는 마음이
함께 찾아온다.
하지만 이별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잎을 내려놓은 나무가
다시 봄을 기다리듯
우리도 때로는 무언가를 보내고 나서야
다음 계절을 맞이할 수 있으니까.
가을은 그렇게
작별을 슬퍼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시간을 걸어간다.
나 역시 별일 없이 걷는다.
조금 느리게,
조금은 쓸쓸하게.
내가 걷는 속도에 맞춰
계절도 천천히 변해간다.
그래서 가을은
떠나가는 것을 억지로 붙잡기보다
나의 속도로 걸으며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법을
알려주는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 걷다 보면, 나도 달라진다.
《시절산책》을 읽고
산책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산책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걷기가 아니라
걷는 동안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제와 같은 길을 걸어도
오늘의 나는 어제와 다르니까.
그래서 오늘의 풍경도
어제와 다르게 보인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해
걷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익숙한 길을 천천히 걸어본다.
조금 느리게,
조금 게으르게,
아무 목적 없이.
걷다 보면
어제의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오늘의 내가 발견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나가기 전보다
조금 더 괜찮은 내가 되어 있기를.
🍃
《시절산책》은
걷는 사람의 계절을 따라가며
결국 내 삶의 계절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gbb_mom 단맘
@happypress_publishing 행복우물출판사
<단맘의 서평모집>을 통해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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