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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는 못 살아! ㅣ 저학년은 책이 좋아 6
홍민정 지음, 정경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19년 4월
평점 :
"일등만이 의미가 있어."
"내가 최고 잘 나가."
이랬던 훈이가 너나줄넘기 대회를 통해
함께 하는 것의 기쁨, 승부가 아닌 협동에서 얻는 성취감을 경험하는 이야기다.
최근에 학교에서 초등학교 아이들과 그룹상담 수업을 하고 있는데
종종 훈이와 같은 성향의 친구들을 보게 된다.
물론 작품 속의 훈이는 좀 과장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지는 것을 못 참아 하고
가위바위보 한 번에도 얼굴이 벌개지도록 흥분하고 화를 낸다.
심지어 지는 것이 싫어서 아예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것은 성향일 수도 있고 부모나 가족들의 영향일 수도 있다.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과하게 승부에만 집착하는 아이들을 보면
참 안스럽다.
좀처럼 즐기는 법을 모르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모든 것에 승부를 가리려고 드는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으며 훈이와 우섭이 마음을 함께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책을 읽으면서 정작 마음이 쓰였던 아이는
훈이가 아니라 우섭이다.
이인삼각에서 훈이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는 우섭이가
줄넘기 대회에서 또 훈이와 한 모둠이 된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파트너와 호흡을 맞출 생각은 안 하고 무작정 자신의 욕심대로 행동한 훈이 때문에 우섭이는 발목을 접질리기까지 했다.
정작 화가 나고 너랑 같이 안 해! 라고 말할 사람은 우섭이 아닌가?
그런데 우섭이는 오히려 훈이에게 줄넘기를 가르쳐달라고 한다.
입이 딱 벌어졌다.
'얘는 속도 없나?'
훈이보다 우섭이가 걱정되는 순간이었다.
"솔직히 나도 훈이한테 많이 서운했어."
작가의 말에 등장한 우섭이의 이 한마디가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뭐든 과한 것은 불편하다.
과한 승부욕도, 과한 주눅도...
우섭이와 훈이가 적정한 선에서 더불어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서로의 마음을 좀 더 들여다보면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