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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이 ㅣ 아이스토리빌 41
박현경 지음, 이경하 그림 / 밝은미래 / 2020년 6월
평점 :
우리는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
자신의 만족, 자신의 욕구, 자신의 아픔에만 귀 기울이던 어린 내가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의 감정이나 아픔을 알게 되고
그것에 공감하는 순간 우리는 쑥 자라는 것 같다.
<거울 아이>을 읽고 나니
아이의 감정이 어른의 감정으로 자라는 경이로운 순간을
목격한 느낌이 든다.
자신만 알았던 외동아이가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마음앓이를 하고 있는
사촌동생의 아픔을 목격하고 진심으로 어루만져 주게 된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리움과 원망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던 아이가
엄마를 만나고 나서 그 어려운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감추고 외면하고만 싶었던 동생이지만 그 동생이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순간을 눈으로 목격하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든다.
세 주인공은 이렇게 중요한 사건을 통해 알에서 애벌레가 되고
애벌레에서 나비가 될 준비를 한다.
그리고 이들의 얘기 속에 빠져들고 공감하며
우리 또한 한뼘 성장한 인간이 된다.
내가 특히 공감했던 이야기는
엄마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혼란에 빠진 민철이 이야기다.
나 역시 고등학교 때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청난 혼란 속에 빠졌었다.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고
아픈 엄마에게 퉁명스럽게 대했던 죄책감도 밀려들었었다.
엄마는 저 세상에서 잘 있을까?
혹시 고통스러워 하지는 않을까?
우리를 안스러워하며 내려다보고 있지는 않을까?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이런 생각에서 좀처럼 놓여날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이후 나는 자라지 못한 아이같았다.
그런데 <거울 아이>를 읽고 마음이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워졌다.
엄마는 잘 지내고 있다.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한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모습으로 말이다.
우리 역시 행복하게 지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사랑하는 엄마의 거울이 언제나 맑고 깨끗하게 유지될 것이다.
<거울아이>를 읽고 나니 이제야 어른이 된 느낌이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위로와 격려를 받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