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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에너지를 생각하는 이유 - 나와 지구의 건강을 위한 에너지 공부 ㅣ 에코 라이프 3
이필렬 외 지음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3년 7월
평점 :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따라라~라~라! 알림음이 울린다. 행정안전부에서 보낸 #폭염경보 알림이다. 각자가 있는 실내 공간의 온도는 몇 도인가? 현재 우리집 거실 온도는 31.2도! 내가 에너지 관련 책을 보고 에어컨을 끄고 있다고 오해는 마시길...(물론 혼자라면 그럴 수 있지만 세 아들과 31도가 넘는 실내에 있는 일은 거의 불가능!) 에어컨이 어제 갑자기 고장 났고 수리는 목요일에나 가능한 상태라 1인 1선풍기로 버티고 있다.
부채를 쓰던 시절 선풍기의 발명은 엄청난 것이었다. 초등학교 때 교실 벽에 걸린 선풍기를 서로 자기 쪽으로 많이 오게 하려고 신경전을 벌였던 기억도 난다. 에어컨이 등장하자 한여름에도 겉옷을 가지고 다닐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실내 온도가 낮아졌다. 그만큼 실외, 대기, 지구는 뜨거워졌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 생산과 과잉 소비는 세트로 지구를 벼랑으로 몰아세웠고 이대로 지구가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처럼 소비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기후 재난들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실내 온도를 19도로 설정하고, 패스트 패션의 선두 주자로 신상 옷을 앞다투어 구매하고, 기업들은 과잉 포장된 제품을 만들어내고,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들에 현혹되어 구매 버튼을 눌러댄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는 어떻게든 비닐봉지 하나라도 덜 쓰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절약과 모든 소비를 줄이는 일에 모두 같이 해야 하는 이유다. 같이 하면 사회를 움직일 수 있고 기업과 정부를 움직일 수 있다. 더 빨리 탄소 중립을 이룰 수 있을 것이고 재생 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수 있다.
#이필렬 작가는 독일 베를린공과대학교를 졸업하고 자연과학 박사는 시민단체 ‘에너지 전환’을 창립해 국내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운동 기반을 만든 분이다. 원자력 발전은 결코 옳은 답이 아님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과 실천 가능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일이다!
‘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이영경 작가는 탄소 중립으로 가는 길이 왜 어려운지, 단순한 개인의 실천을 넘어 정치와 경제에 걸쳐 얽혀 있음을 이야기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후 위기 해결보다 현재의 이익이 우선인 기업과 그에 영향을 받는 정치가 기후 변화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즉,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를 유지해야만 ‘부’를 늘리는 자본의 시스템은 결국 화석 연료와의 이별을 어렵게 합니다. 화석 연료를 통해 얻은 부는 권력이 되어 국제 사회에서도 큰 목소리를 내는 주체가 되었습니다.」 _55
「모두에게 동등한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개인의 실천을 강조하게 되면서 오히려 정책을 결정하는 책임과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책임을 숨기게 됩니다. 우리는 이 체계 안에서 누가 선택권을 가졌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_62
안일하게 ‘특정 기구나 단체, 정부가 알아서 하겠지’하면 안 되는 이유다. 미국에선 ‘석탄을 넘어서’ 캠페인으로 미국의 석탄 발전소 300개 이상을 퇴출했다. 영국의 기후 단체 ‘멸종 반란’은 블랙프라이데이가 생산과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하는 시위를 통해 거대 기업들을 압박했고 아마존이 2030년까지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0’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오스트리아는 정부와 지방 자치 단체, 기업, 금융, 시민 모두기 긴밀하게 협력해 핵 발전을 멈추고 재생 에너지 비중 70%에 도달했다. 케나는 비닐봉지 생산-판매에 무려 4천만 원이 넘는 벌금을 내게 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함께 연대해서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기후악당 기업들이 착한 기업으로 변할 수 있고 정부도 움직일 수 있다.
국제 요가 명상 지도자이자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나투라프로젝트’, ‘요가포굿라이프’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는 저자 신지혜는 자본주의의 노예에서 스스로 벗어나 ‘나와 지구의 건강을 위한 실천 다짐’을 소개한다. 나도 개인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부분들을 함께 하고 있어 반가웠고 ‘소비자가 아닌 시민으로서 소비하는 태도’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한겨례 신문 기자이자 『지구를 쓰다가』의 저자인 #최우리 작가는 에너지 전환에 앞선 외국 사례를 소개한다. 에너지를 소중히 하고 허투루 쓰지 않는 다른 나라와 한국을 비교할 때 나는 과연 떳떳할 수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는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열 병합 발전 시설(아마게르 자원 센터)이 있단다. 한국 서울 도심에 어딘가에 이런 시설을 짓는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 난리가 날 것이다. 이 건물은 마치 인공산과 같다 해서 ‘코펜힐’이라고도 불리는데, 스키장, 하이킹 코스, 암벽 등반, 공원 등을 갖춰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부러웠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에너지 전환을 앞두고 국민들과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스웨덴 정부의 모습도 인상 깊다. 탄소 포집 저장 활용 기술의 개발만이 답이 될 수 없고 결국 탄소 배출을 줄이는 에너지원으로 전환이 필수적임을 말한다.

여러 권의 기후 관련 책을 출간하신 작가이자 고등학교 과학 교사이신 김추령 선생님의 기후변화에 대한 명확한 설명에 정리가 되어 참 좋았다. 산업화와 함께 급격하게 대기 중에 증가한 #온실가스 (이산화 탄소, 메테인, 아산화 질소 등)는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복사 에너지에는 관심이 없는데 유독 내보내는 에너지와 반응해서 흡수한다. 나가지 못하고 갇힌 태양 에너지는 지구의 온도를 높인다. 올라간 지구의 온도 탓에 물 순환과 대기의 순환, 식물과 토양의 반응까지 균형을 잃고 이전과는 다른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기후변화 이다. 지구 온난화라더니 한파 경보는 왜 발생하는지? 미세 먼지와 온실가스는 어떻게 다른지? 기후 변화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인 급변점, 티핑 포인트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궁금했을 누군가에겐 더없이 반가울 것이고 궁금하지 않았더라도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이다.
분량도 많지 않고 알기 쉽게 꼭 알아야 할 에너지와 기후 이야기를 잘 모아 놓은 책이다. 청소년, 초등 고학년, 청장년층 모두에게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