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클래식 - 나는 클래식을 들으러 미술관에 간다 일상과 예술의 지평선 4
박소현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술관에간클래식
#박소현
#커피믹스







‘클래식과 미술 작품의 콜라보’라는 말에 망설임 없이 책을 받아 보기로 했다. 제법 많은 작품을 듣고 보았지만(책을 통해), 최근 망각의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하는 것 같은 나의 뇌는 모든 작품을 항상 처음 보듯 새롭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고맙다 해야 하나?


여행을 가도 미술 작품 앞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기 일쑤라 여행 메이트로 꽝인 저자, 그림에 재능이 없어 글씨조차 악필이라 더욱 집착하는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서문에 왠지 모를 친밀감이 느껴졌다. (TMI: 만만찮은 내 악필을 극복해보고자 요즘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중이다.) 어떤 화가와 작곡가의 작품이 만나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_
‘작은 술병’이란 의미의 별명을 이름으로 사용한 #산드로보티첼리 의 <봄>과 불행한 삶 속에서도 수많은 명곡을 작곡한 #루트비히판베토벤 의 <봄의 소나타>의 조합은 개인적으로 만족도 상이다.


「통화 연결음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1악장 ‘알레그로’는 제프로스의 바람이 불어와 클로리스가 플로라로 변하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매우 아름답다.」 _22



「4악장 ‘론도’는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대화하듯 시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 중간의 단조 부분에서 헤르메스 지팡이의 근엄한 명령에 따라 봄의 기운이 여기저기로 퍼지며 꽃들이 만개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_23


베토벤의 <봄의 교향곡>은 그가 청력을 잃고 가장 힘든 고뇌의 시간에 작곡된 곡이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맑고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의 곡을 지어낼 수 있었을까? 곡에서라도 행복감과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을까? 적어도 듣는이에게는 그렇다.



_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화가에겐 사형 선고와 같은 말을 들은 빛의 화가 #클로드모네 의 <수련>과 돌팔이 의사 때문에 남은 한쪽 눈까지 실명하게 된 작곡가 #요한제바스티안바흐 의 <수상 음악>의 묶음은 단순히 그들이 같은 질병을 앓았기 때문은 아니다. 둘, 모두 질병에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창작활동을 이어나가 위대한 작품을 남겼기 때문이리라.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음악의 어머니 헨델을 사위로 탐냈으나 실패한 독일 당대 최고의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디트리히 북스테후데의 재밌는 사연이 짧게 소개되어 있다. 결국, 그의 딸 마르가리타가 30이 되도록 결혼을 하지 못했다는 걸 보면, 헨델이 말한 ‘큰 나이 차이’나 바흐가 말한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어쩌면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웃픈 이야기.





_

「사랑하는 여인이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걸 바라보는 마음은 어떤 색을 띨까?」 _45



대부분의 미술 관련 책에서 빠지지 않는, 인생 자체가 비극인 안타까운 화가 #빈센트반고흐 의 <별이 빛나는 밤>은 ‘음악극’이라는 종합예술 영역을 창시한 #리하르트바그너 의 <탄호이저>와 함께 썩 잘 어울린다.


「정신병원 창문으로 보이는 샛별을 바라보며 꿈을 꾸고 별에 도착하고자 죽음을 선택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어울리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의 아리아다.」 _51



_
드뷔시의 <환상>을 스스로는 ‘가난에 무릎 꿇은 20대 젊은 음악가가 낭만적인 제목을 붙인 졸작’을 만들어냈다고 부끄러워했다지만, 오보에와 하프 버전의 <환상>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책에 QR코드로 연결된 유튜브 영상은 오보에와 하프 버전인데 내가 찾아서 들어본 바이올린과 하프 버전은 또 다른 빛깔로 마음을 녹여낸다. 피아노 버전은 뭔가 곡의 매력을 다 전달하지 못하는 심심한 느낌이다. #르네마그리트 의 <빛의 제국>을 보며 <환상>을 들으면 어둠 속에 빛나고 있는 가로등 빛이 클로즈업되며 내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_
도시인들의 고독을 그린 #에드워드호퍼 가 남긴 말이 예술가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비통한 현실을 자위하려, 끓어오르는 사랑을 전하려, 인생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고, 사회를 비판하고자, 타인에게 사랑과 희망을 주려고 그림을 그리거나 곡을 만들었을 것이니 말이다.


「말로 설명할 수 있으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 _113 (에드워드 호퍼)




많은 사랑을 받고 위대한 명작을 남긴 예술가들의 삶의 이면을 안다는 것은 흥미롭고 좋기도 하지만, 큰 안타까움과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무책임하게 가정을 버리고 타히티로 떠나서 문란한 성생활뿐 아니라 44세의 나이에 13살 소녀와 결혼한 고갱, 자신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불륜이었지만) 클로델을 매몰차게 버린 것도 모자라 그녀의 창작활동을 방해하기까지 한 로댕은 인간적으로 얼마나 치졸한가!

가족의 질병과 정신병으로 인한 불안정감도 모자라 집착이 심한 툴라 때문에 왼손 중지를 잃기까지 뭉크, 그저 조국을 사랑했을 뿐인데 간첩이란 오해로 감금과 고문을 당하고 사망하고 23년이 지난 뒤에야 고향에 안장된 윤이상 작곡가는 단순히 그들의 삶만 놓고 봤을 때 얼마나 서글픈가!



그럼에도 그들의 스토리를 앎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더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으니 아무래도 이런 책은 많이 읽을수록 좋을 것이다. 다소 빈약한 삽화의 수와 낮은 해상도가 못내 아쉽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