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찍는 사진관 - 시간을 거슬러 색을 입힌 사진들
복원왕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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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눈에 보이는 세상은 컬러인데, 왜 오래전 모습은 모두 흑백이지?”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된 두 남자의 의기투합 흑백사진 컬러 복원 프로젝트는 유튜브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이렇게 색일 찍는 사진관이라는 훌륭한 책으로 출간되었어요.

 

 

 

저는 제가 겪어보지 못한 과거 시대와 관련된 사진이나 소설 등에 원인 모를 애정을 느끼는데요. 그냥 삭막하지 않은 정감 넘치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건가 싶기도 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듯한 익숙한 장면들이 촬영을 위해 꾸며진 것이 아니라 과거 어떤 시기에 실제 장면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신기했고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호기심과 장난기 어린 눈으로 사진을 응시하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쳐 웃게 되는 일이 많았어요. 하지만 마냥 미소만 짓다 끝나는 책은 아니에요.

 

 

 

한반도에 사진이 들어온 조선 후기부터 대한제국 시기,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 한국전쟁, 대한민국의 60년대와 컬러사진이 흔해지기 시작하는 70년때까지._4

 

 

 

좋았던 시절보다 가난하고 비참하고 억울하고 비통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더 많았을 시대잖아요. 그럼에도 우울하거나 침통하지 않아요. 저자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팩트도, 다큐도 아닌 그때 사람들이 이렇게 살았다는 드라마였다는 말처럼 그저 인생의 희노애락이 담긴 한 편의 장편 드라마처럼 때론 즐겁고 때론 슬프고 때론 심각해지기도 할 뿐입니다.

 

 

 

시골 부모님 댁에 내려갈 때 들고 가서 할부지 할머니가 살았던 시대의 살아있는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지고요. 아픈 우리 역사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과 역사의식을 심어주기에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귀하고 감사한 책입니다.

 

 

 

사진2>

 

절굿공이를 들고 사진사를 바라보는 표정들에 웃음이 납니다.

햇빛이 강한 야외에 나가면 저도 아기를 업은 아낙의 표정과 비슷해지거든요.

이렇게요? 이렇게 들라고요?” 라고 물으며 포즈를 취했을 것 같지 않나요? ^^

 

 

 

 

사진3>

 

복원왕의 원픽 조선 입스터라는 제목의 사진인데요. 너무 재밌죠? 국상 중에 쓴다는 백립이 선글라스와 이렇게 잘 어울려 두루마기 입은 양반님을 이토록 힙하게 만들 줄이야! 두 분 왠지 주변을 굉장히 의식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진4>

 

물론 우리나라를 자기들의 전장지로 이용하려는 계획에 시작된 일이긴 하나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수많은 사진 자료를 남겨준 헤르만 산더(주일본 독일대사관)에게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네요. 돛단배가 빼곡하게 정박되어 있는 부산항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사진5>

 

1907년 양평에서 촬영된 <데일리 메일>의 종군 기자였던 프레더릭 아서 매켄지의 저서 대한제국의 비극에 수록된 최초의 의병 사진은 의병들의 앙다문 입과 강렬한 눈빛에서 그들의 굳은 결의를 느끼게 합니다. 제대로 된 무기도 군화도 군복도 없었지만,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애국심과 용기가 있었던 분들.

 

 

 

 

사진6>

 

개화기를 거쳐 일제강점기에는 새로운 서양식 건물들이 즐비하게 건축되는데요. 경성 외곽의 조선인이 모여 사는 곳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일제는 일본인이 거주하는 곳과 관공서, 상업, 유흥시설이 있는 곳은 개발하고 조선인이 모여 사는 곳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죠._97

 

 

 

사진만으로 우리나라 수도일거라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온통 일본어, 일본 옷을 입을 일본 사람, 일본 우체통까지... 씁쓸하고 화가납니다. 독립문 거리는 일장기가 장식하고 있고요. 정말 가슴 쓰린 역사입니다.

 

 

 

사진7>

 

저자는 기생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는 취지로 기생 사진을 복원했다고 해요.

 

그들은 전문학교에서 글을 배워 쓰고 읽었으며 독서량도 많은 현대 여성이었죠. 또한 우리나라 전통음악, 서화, 무용 등을 전수받은 전문 예인이었습니다._168

 

영화나 드라마에서 현대 미인의 기준에 부합하는 기생들만 보다가 실제 그 시대 미인들이 굉장히 낯설었어요. 우리나라 얼굴이 많이 서구화되었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더라고요. 가벼워 보이지 않고 진중하고 기품이 있어 보이는 사진들을 보니 정말 기존의 기생에 대한 편견이 조금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사진8>

 

인천상륙작전의 상징적인 사진들을 컬러로 만나니 감회가 새롭고 이 이름 없는 영웅들에게 감사인사도 저절로 나왔어요. ‘성공적인 후퇴 작전이라고도 불리는 장진호 전투에서 미국군은 중공군에 밀려 내려 오지만, 그 피해만큼은 중공군이 더 했을지 모른다고 해요. 영하 40도의 혹한, , 화염과 검은 연기, 전쟁은 그들에게 치열한 현실이 색을 찾으면서 더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요. 장진호에서 시작된 철수는 흥남까지 이어졌고 흥남철수에서 피난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10만여 명의 탈출을 성공시켰다고 해요. 다 지난 과거사에 이렇게 뭉클하고 감동적일 일인가 싶지만 어쩔 수 없네요.

 

 

 

사진9>

 

한국전쟁 후 우리 나라의 눈부신 변신 과정을 사진을 만날 수 있어요. 서울 도심에 도로가 깔리고 높고 반듯반듯한 건물들이 들어서죠. 태평로 서울시민헌장 추진대회 행렬 사진을 복원할 때 풍선에 색일 칠하며 신이 났다는 작가의 말이 참 귀엽게 들립니다. 다른 사진들의 색 하나하나를 어떻게 입힐지 고민하느라 지쳤을 테니 마음껏 알록달록 칠해도 무방할 풍선을 칠하며 얼마나 신이 났을지 생각하니 웃음이 납니다.

 

 

 

 

 

즐거운 과거 여행을 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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