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504p.

"실현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직접 해봐야 아는거야. 머리로만 생각해 결론을 내버리는 녀석은 결국 그 정도의 인간밖에 될 수 없어. 나는 살아 있는 한 계속 도전하겠어. "

 

505p.

"뛰어난 사람을 보고, 자기는 도저히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시점에서 이미 패한 거야. 자신의 가능성을 믿는 인간만이 그 가능성을 현실화시킬 자격이 있지. "

 

표지와 제목을 보고 가슴 절절한 최루성 청춘 연애물 + 미스터리를 생각하신 분들은 조용히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시는 걸 추천합니다.

물론 반전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나름의 연애물스러운 전개가 이어지긴 합니다만, 주인공 두 사람의 연애가 그리 마음에 와닿는 느낌은 없습니다.

주인공이나 히로인 모두 제각기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서로 어느정도 타산적이면서도 버석거리는 만남을 이어갈 뿐입니다.

만약 이 둘 간의 사랑이야기가 좀 더 공감이 가고 몰입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마지막의 반전도 더 충격적으로 느껴졌을텐데 말입니다.

주인공은 한 물 간 오렌지족 같은 성격의 프리터로, 가벼운 도둑질 정도의 범죄행각은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주제에 묘하게 정의감이 강해 궁지에 몰린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합니다.

솔직히 왜 고작 헬스 클럽의 지인이나, 자신이 가르치는 컴퓨터 교실의 학생 등을 위해 저렇게까지 발벗고 나서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심지어 생명의 위협까지 받으면서 말이죠.

일단 주인공의 행동의 동기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작품 전체에 대한 몰입도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의 서술 트릭이 밝혀지는 장면은, 그야말로 작가가 주인공의 입을 빌려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자신이 말하고 싶었던 것들을 쏟아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메시지가 조금 꼰대스럽다고 느껴지기는 했지만, 서술 트릭에 멋지게 속아넘어간 패배자의 한 명으로서, 훈계를 얌전히 받아들일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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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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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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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의 저주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8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심심해서 일본판 표지를 찾아보았습니다.

색기 넘치는 미청년과 고양이의 투샷이 아주 조쿤요. 흠흠...  

그에 비해 국내 정발본은...(눈물)

차라리 일본판처럼 외모 버프라도 먹었다면 콩깍지 효과로 주인공이 조금은 더 매력있게 느껴졌을수도 있을텐데 말이죠.

그나마 다행히도(?) 2권부터는 회춘에 성공한 모습으로 재등장하는 듯합니다. 아주 몰라볼 정도네요. (표지 담당자가 한 소리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잡설이 길었군요.

본 작은 사상학 탐정 시리즈의 첫 권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주인공이 아직 많이 미숙한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서툴러서 몇몇 인물들에게는 제대로 된 증언조차 얻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다가 사건을 포기하려는 찰나 범인이 일부러 던져준 단서를 통해 간신히 한 건 낙착에 성공할 정도니까요.

게다가 마지막에 밝혀진 저주의 진상과 그 대처법이 뭐랄까, 어렸을 적에 읽던 여아용 만화책에 실린 사랑점, 별자리점을 연상케 할 정도의 발상이었습니다.

짝사랑하는 그 아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베개밑에 거울을 넣어두고 보름달이 뜰 때마다 주문을 외워라...뭐 이런 느낌?

주술이란 것은 원래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13의 저주라는 소재 자체가 조금 고루하다고 느껴지긴 했는데, 설마 이렇게 꿰어맞추는 듯한 추리로 사건을 해결할 줄은 몰랐습니다.

사상학 탐정이라는 컨셉이라면, 그 컨셉을 살려 사상을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그 관찰을 통한 추리로 사건에 접근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사상을 진지하게 관찰하는 장면은 초반부에 한번 정도밖에 나오지 않고, 그 장면에서조차 의뢰인인 사야카의 육감적인 몸매에 대한 묘사가 더 강조되는 듯합니다.

물론 중간중간 짧은 언급이 있기는 합니다만, 주인공이 '그것' 을 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조금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일해라, 탐정! 이라고 여러 번 잔소리를 듣기도 하죠.

다음 권에서는 더 진득하고 치열한, 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한 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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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의 저주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8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시리즈 첫권이라서 그런가...주인공보다 주인공 할머니가 더 매력있게 느껴질 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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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도 : 연옥의 교실
모로즈미 다케히코 지음, 김소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상단은 원서의 문고본(좌)과 양장본(우)의 표지이미지.

문고본은 역시나 문고본답게 주요 인물 중 한 명인 후지무라 아야를 전면에 내세운듯한 표지이고, 양장본은 한국 정발본과 유사한 느낌이다. 

작중에서 등장하는 "초록색 사슴" 을 표지에도 반영하려 했는지, 정발본은 초록색으로 포인트를 주었다는 점이 차이점.

여하튼 제목과 표지만 보면 <여왕의 교실>같은 작품을 연상케 하는, 뭔가 무시무시하고 충격적인 비밀을 감추고 있는 학급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인 것 같다. 

...결론은 전혀 아니었지만.

 

310P

아프리카 중부 건조 지대에 사는 사슴 중 어떤 종은 천적인 육식동물의 습격을 눈치채면 무리 중 한 마리를 일제히 물어뜯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버려두고 달아난다. 육식동물이 '제물'을 먹는 동안 다른 사슴들은 안전한 곳으로 도망쳐 살아남을 수 있다.

 

313P

" 아시겠어요, 고다씨. 이게 바로 초록 사슴입니다. 다른 자들이 무조건적으로 따르도록 만들 수 있는 압력. 필요할 때 필요한 행동을 순간적으로, 아무리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이더라도 전원이 일치단결해서 하도록 만드는 압력... 압력이라기보다는 공기라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

" 공기? "

" 그래요, 공기입니다. 다들 공기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것은 공기를 읽지 않으면 안된다는 공기가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공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에 살포할 수 있다면 지배자는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지배자가 직접 명령할 필요도 없습니다. 대중이 척척 알아서 공기를 읽고, 지배자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니까요. 집이나 차, 명품을 사야만 하는 공기. 알아서 잔업을 해야만 하는 공기. 과로로 쓰러져도 해고를 당해도 눈물을 삼키고 참아야만 하는 공기. 자신의 불행을 회사 탓으로 돌려서는 안되는 공기. 군비 확장에 반대해서는 안 되는 공기. 그런 공기를 만들어내는 노하우야말로 세상의 권력들이 언제나 원하는 것이죠. "

 

1.

본 작품은 전반적으로 속도감있는 전개로,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작가가 시의적절하게 툭툭 던져주는 떡밥들을 따라가다 보면 대충 결말을 예상할 수 있다.

광고문구에서 강조하는 93개의 도면들(!)은 본격 미스터리에서 등장하는 도면들과는 조금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 같다. 도면을 참고해 어떤 추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이해를 돕는 수준으로 쓰인달까. 사건이 전개될수록 독자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 밝혀져 기존의 도면이 계속 수정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문고판은 이 도면이 한쪽 전부를 차지해서 왔다갔다하며 오히려 읽는 것이 불편했다는 평도 있더라.)

딱히 새로운 건 없지만, 그렇다고 불평을 늘어놓기엔 뭐한, 그럭저럭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브루스 리와 S 메소드, 라가도 어쩌고만 없었더라면 말이다. 

작가의 데뷔작이어서일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사건의 진상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것을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뚝심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면 작가에게 속편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사건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으면서, 희미한 머스크향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배후의 인물이라니... 마치 이 인물은 언젠가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암시하는 것 같지 않은가.

아니면 말고.

 

2.

히가키가 반사적으로 7번을 찔렀고, 또 그 기세를 타서 후지무라 아야를 난도질했다는 것이 끝까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선생이 후지무라 아야가 범인이라고 말한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인간이 어떤 선을 넘을 땐, 그럴 만한 이유와 동기가 있어야하는 것이 아닐까?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 는 말로 넘어가는건, 너무 안이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사건 전날 후지무라 아야와 어떤 대화를 했는지, 선생이 어떤 말로 꼬드겼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더라면...

 

3.

추리와 SF, 공포를 섞은 듯한 작풍은 종종 있기에, 결말부에서 갑자기 SF노선을 타기 시작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충격적인 결말에 대한 압박감일까.)

이왕 SF노선을 탈 거라면 마지막까지 확실하게, 갈 데까지 가주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결국 S 메소드가 뭔지, 라가도가 어떤 기관이지, 브루스 리가 누구인지, 후지무라 아야가 무엇을 시도하려 했는지에 대해서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후지무라 아야는 뭔가 대단한 것을 시도하려 했다!

이 모든 사건의 뒤에는 라가도라는 아주 위험하고 수상쩍은 비밀기관이 있다!

라는 어중간한 결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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