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
브라이언 아자렐로, 리 베르메호 지음, 임태현 옮김 / 시공사(만화)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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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코믹스의 간판 스타 아자렐로와 베르메호 콤비의 작품. 두 작가가 만든 <조커>에 이어 이 책에서도 히어로가 아닌 빌런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명석한 두뇌와 재력, 모든 것을 다 갖추고서도 하필 슈퍼맨과 같은 도시에 산다는 이유로 시기와 증오로 불타는 한 사람, 슈퍼맨의 영원한 숙적. 렉스 루터. 그가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방법은 슈퍼맨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것이다. 루터는 슈퍼맨을 신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지만 현실에 있는 존재를 신화화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가 언젠가 인류의 위협이 될 것이라고 여긴다(배트맨도 인간으로서 루터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기에 둘은 일시적으로 연합한다.).

이 작품에서도 루터는 슈퍼맨의 거울상이 되어 그를 바라본다. 슈퍼맨이 선천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천재라면 루터는 부단히 그를 능가하고자 하는 노력형 천재. 세상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슈퍼맨의 맹점을 드러내려 애쓴다. 그리고 구사하는 방법은 비열하긴 하나 끝내 인간이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을 놓지 않는다.

느와르를 연상케 하는 중후한 그림과 대사들이 정말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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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 레드 선 시공그래픽노블
마크 밀러 외 지음, 최원서 옮김 / 시공사(만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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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슈퍼맨을 태운 우주선이 12시간 차이로 미국이 아닌 러시아 땅에 떨어졌다면?‘

<슈퍼맨: 레드 선>은 이런 도발적이고 흥미로운 발상에서 출발했다. 가장 미국적인 영웅이 사회주의를 수호하는 노동자 계급의 동지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가슴엔 S 대신 낫과 망치 문양을 새기고 코스튬 컬러 역시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빨강, 파랑 대신 빨강과 검정으로 대체되었다.

때는 미국과 소련, 그리고 나토(NATO)와 바르샤바 조약 기구가 나란히 살얼음판을 걸으며 대립하던 냉전 시대. 슈퍼맨은 신적인 힘을 가진 초인으로서 조국을 세계 최강대국의 위치에 올려놓는다. 그는 정치와 거리를 두려 하지만 스탈린 사후 결국 소련의 지도자가 되어 장기집권을 한다. 모든 것이 슈퍼맨의 철저한 통제 아래 완벽하게 굴러가는 세계. 한편 미국의 대통령 렉스 루터는 슈퍼맨과 소련의 독주를 막을 엄청난 계획을 세우는데...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지만 불완전한 사회가 있고, 철인에 의해 통제되는 완벽한 사회가 있다면 어느 쪽이 나을까? 완전무결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자가 존재한다면, 그가 전권을 쥐었을 때 독재자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가? 국가 지도자를 슈퍼맨이란 캐릭터에 빗대 교묘하게 비튼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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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ly story.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대실패로 끝났을 수도 있고, 흐지부지되었을 수도 있고, 아예 시작조차 못 했을 수도 있고, 다 마음속에만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건 아니야. 때로는, 그래서 더욱더 진짜가 되지. 때로는 어떤 쌍을 보면 서로 지독하게 따분해하는 것 같아.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는, 그들이 아직도 함께 사는 확실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어. 하지만 그들이 함께 사는 건 단지 습관이나 자기만족이나 관습이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니야. 한때, 그들에게 사랑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야. 모두에게 있어. 그게 단 하나의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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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선택의 여지가 없더라도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 만연하고 있는 ‘선택 안 함’은 위험한 방식의 선택일 수 있다. 우리는 각자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그리고 왜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 감히 선택이란 걸 하는가는 또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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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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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설을 읽었든 읽지 않았든-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이 호불호를 넘어 찬반양론으로까지 번졌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 단편집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28편의 단편소설에는 실존하는 60여 명의 여성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물론 이름은 바뀌어 등장하고 이야기도 각색이 되었겠지만, 작가가 10대부터 60대까지의 여성들을 직접 인터뷰해 만든 소설이기 때문이다. 소설이라기보다는 르포 같다는 느낌도 든다. 읽다 보면 최근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수많은 사건들이 기억 속에서 소환된다. 모 회사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부터 이화여대 점거시위, KTX 여승무원 비정규직 사태, 사드(THADD)가 배치된 소성리 주민의 이야기까지.

각각의 단편들이 여러 문제 의식을 드러내는 가운데 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정서로 ‘연대’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가 또다른 피해자가 더이상 나오지 않길 바라며 맞서 싸우고, 방송작가가 과로와 열정페이에 신음하는 막내 작가에게 택시비와 휴식을 선물하기도 한다. 성인이 된 딸이 여성으로서의 어머니를, 결혼과 이혼을 차례로 겪은 언니가 동생을 위로한다. 과연 이대로도 좋은 걸까 고민하고, 사회 제도와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입을 열어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들끼리의 연대는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고 시대정신이 되었다.

이화여대 농성 현장에서 학생들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외쳐 불렀다는데 그 당시에는 왜 하필 그 노래일까, 그 세대의 어린 시절에 즐겨 듣고 부르던 노래여서일까 하는 궁금함이 있었는데 휴대전화에 이 문구를 적어 놓았다는 데서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강하다. 우리들은 연결될수록 더 강하다.’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 울지 않게 나를 도와줘 / 이 순간의 느낌 함께 하는 거야 / 다시 만난 우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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