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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그 소설을 읽었든 읽지 않았든-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이 호불호를 넘어 찬반양론으로까지 번졌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 단편집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28편의 단편소설에는 실존하는 60여 명의 여성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물론 이름은 바뀌어 등장하고 이야기도 각색이 되었겠지만, 작가가 10대부터 60대까지의 여성들을 직접 인터뷰해 만든 소설이기 때문이다. 소설이라기보다는 르포 같다는 느낌도 든다. 읽다 보면 최근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수많은 사건들이 기억 속에서 소환된다. 모 회사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부터 이화여대 점거시위, KTX 여승무원 비정규직 사태, 사드(THADD)가 배치된 소성리 주민의 이야기까지.
각각의 단편들이 여러 문제 의식을 드러내는 가운데 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정서로 ‘연대’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가 또다른 피해자가 더이상 나오지 않길 바라며 맞서 싸우고, 방송작가가 과로와 열정페이에 신음하는 막내 작가에게 택시비와 휴식을 선물하기도 한다. 성인이 된 딸이 여성으로서의 어머니를, 결혼과 이혼을 차례로 겪은 언니가 동생을 위로한다. 과연 이대로도 좋은 걸까 고민하고, 사회 제도와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입을 열어 말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들끼리의 연대는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고 시대정신이 되었다.
이화여대 농성 현장에서 학생들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외쳐 불렀다는데 그 당시에는 왜 하필 그 노래일까, 그 세대의 어린 시절에 즐겨 듣고 부르던 노래여서일까 하는 궁금함이 있었는데 휴대전화에 이 문구를 적어 놓았다는 데서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강하다. 우리들은 연결될수록 더 강하다.’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 울지 않게 나를 도와줘 / 이 순간의 느낌 함께 하는 거야 / 다시 만난 우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