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책 몇 권을 공부하듯 읽고 있는 중이라 가벼운 책을 읽고 싶었다. 이 책은 남편의 권유로 아파트 관리소장 일을 20년 넘게 해온 어느 소장님의 에세이다. 아파트라는 공동주거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았다.아파트에서 기십 년을 살았어도 관리소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부모님과 같이 살 때는 매일 먹고 자고 생활하지만 내가 신경쓸 일은 전혀 없었기에.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집은 늘 말끔하게 치워져 있던 것처럼, 아파트 역시 누군가의 관리 덕분에 말썽 없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이 책을 통해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다양한 종류의 사건 사고들이 아파트 안에서 일어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개인주의가 극대화되어 이웃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진 현대 사회이지만 국토는 한정돼 있으므로 아웅다웅 부딪히며 살 수 밖에 없다. 각자 살아온 환경과 습성이 다른 주민들이 자기의 입장만 내세운다면 어떻게 될까. 민원을 해결하고 분쟁을 조정하기도 하는 관리소장의 고충을 엿볼 수 있었다. 때로는 입주민에게 반말과 욕설을 들으면서도 무엇이 모두의 평화롭고 안정적인 삶을 위한 것일지 고민하는 이 분의 생각이 건강해 보였다.코로나 19 사태 속에서도 누군가는 불평, 불만을 늘어놓고 자기의 잇속만을 챙기기 급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수고하는 많은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