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2010년에 나온 김영하의 단편소설집.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조금 긴 이야기도 있고, 단 두 페이지만으로 끝나는 이야기도 있다. 

김영하는 이 소설들이 청탁 없이 내킬 때마다 쓴 것들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교정을 위해 다시 읽게 되었는데 자연스럽고 막힘 없는 호흡으로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안 그래도 초반의 몇 이야기들은 브레이크 없이 죽죽 뻗어나간다. 좀 막 나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황당하면서도 묘한 쾌감이 있다.

도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안 평범한 이야기가 많다. 화려한 도시는 욕망을 부추기고 욕망은 추구할 수록 충족되지 않는다. 독자는 공중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며 가엾어하거나 비웃게 될 때도 있고, 때로는 ‘나’의 입장이 되어 자조적인 기분이 들기도 한다.

김영하는 현실에 존재할 만한 것들을 세밀하게 재가공하고 그 위에 상상에 기반한 이야기들을 펼쳐 나간다. 허접한 식사가 나오는 싸구려 하숙집의 풍경이나 금융위기 후 서민 가정의 암울한 분위기, 뒷얘기를 즐겨 하는 교외 신도시의 주민들 모습 같은 것들. 누군가에겐 삶의 배경이었을 것이고 누군가에겐 한번쯤 들어는 봐서 생소하지는 않은 풍경들일 것이다. 어떤 것이 작가의 직접 경험이고 간접 경험에서 나온 것들일까 새삼 궁금해졌다.

12편의 이야기 중 <조>와 <퀴즈쇼>라는 단편이 제일 재미있었다. <퀴즈쇼>에서는 ‘해봤어?’라는 게임이 등장하는데, 리스트의 항목을 보고 자신이 경험한 것들에 O, 해보지 못한 것들에 X를 하는 게임이다. 주인공을 따라 이 리스트에 나도 마음 속으로 O와 X를 그리며 생각했다. 살면서 아직 경험하지 못했거나 앞으로도 경험하지 못할 것들이 많은데 이렇게 가상의 이야기 안에서 대리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의 특권 아니겠는가. 상상한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사람을 얼마든지 무참히 찔러 죽일 수도 있는, 작가란 사람들은 정말 위험한 사람들이다.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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