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여행의 이유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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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지에서 무엇을 읽을까 생각하다 골랐다. 장강명 작가는 ‘여행 갈 때 들고 가는 책은 가벼우면서도 진도 안 나가는 물건이 최고다’ 라고도 했지만 여행까지 가서 굳이 지루한 책을 읽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출간된, 여행을 주제로 한 이 책이 떠올랐고 결과적으론 만족스런 선택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숙소에서, 그리고 바닷가에서도 틈나는 대로 재미나게 읽었다.

오래 전에 어느 찻집에서 <김영하의 여행자-하이델베르크 편>을 무심코 집어들고 읽었던 적이 있는데 콘탁스 G1으로 직접 찍은 사진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그땐 김영하를 작품과 이름 정도만 알았기에 ‘여행과 사진을 좋아하는 작가로구나’ 하고 무심히 넘기고 말았다. 그런데 여행기가 아닌, 여행을 소재로 에세이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 보다. 저자는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빠짐 없이 짐을 꾸려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꼭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만이 여행에 관한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는 그가 수많은 여행지를 다니며 체득한 다양한 경험과 그것들을 엮어낸 통찰이 페이지마다 잘 묻어난다.

저자는 낯선 땅에서 겪은 당혹스런 일들을 바탕으로 일상과 여행, 신뢰와 환대, 현실과 소설 등을 병치시키며 인간에게 여행의 의미란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인생을 여행에 빗댄 것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노래로, 글로 이야기한 바지만 김영하는 삶과 여행이 닮아 있다는 것을 다시금 역설한다. 자신의 책 내용과 연관시켜 보기도 하고, 프란츠 카프카나 리베카 솔닛의 책을 인용하기도 한다. 책과 여행을 좋아하고 사색적인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짧은 시간을 들여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201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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