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다시 여름, 한정판 리커버)
박준 지음 / 난다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시인인 박준의 첫 산문집이다. 산문집이라지만 책에 실린 어떤 글들은 시 같기도 하고 어떤 글들은 서간문 같기도 하다. 여행지에서의 사건이나 음식, 어린 시절의 풍경, 기억나는 지인과의 일화를 통해 사람, 관계, 추억,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들을 이야기한다. 어쩐지 단어 하나, 글줄 하나를 꾹꾹 눌러쓴 것만 같아 독자인 나 역시 몇 번을 곱씹어 읽게 되었다. 글을 액체에 비유한다면 이 책에 쓰인 글귀들은 아마도 말갛고 담백하지만 농도가 짙은 진액일 것만 같다. 지나치게 장난스러워 가볍게 느껴지거나 허투루 쓰인 일회성 단문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박준의 글은 더욱 빛이 난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이 책을 읽으며 눈으로 들어간 수많은 말들 중 내 마음속엔 어떤 말들이 살아남았을지 모르겠다. 당장 생각나는 것은 ‘마음의 폐허‘라는 글이다. 사람 사이의 믿음이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그렇지만 이 마음의 폐허에서 나는 다시 새로운 믿음들을 쌓아올릴 것이다. 믿음은 밝고 분명한 것에서가 아니라 어둡고 흐릿한 것에서 탄생하는 거라 믿기 때문이다. 밤이 가고 다시 아침이 온다. 마음속에 새로운 믿음의 자리를 만들어내기에 이만큼 좋은 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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