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닥터 진 20 - 완결
무라카미 모토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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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인공 미나카타 진은 현대 일본(서기 2000년)의 외과의사인데 어느 날 우연히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138년 전의 에도로 타임슬립을 한다. (작가는 타임슬립의 시기를 왜 하필 138년 전으로 설정했을까? 이 연도가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기 6년 전이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항구가 개항했고 서양 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였지만 아직 일본이 근대화되기 이전인 막부 말기이다. 서양 의술이 보급되기 전이어서 사람들이 크게 다치거나 전염병이라도 돌면 속수무책으로 죽던 시대, 주인공은 미나카타 진은 20세기의 첨단 의술로 사람들을 치료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새로운 기술과 시대를 둘러싼 갈등이 일어난다는 내용.

역사 속에 실존했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 중 가장 비중 있는 인물은 사카모토 료마이다. 공교롭게도 작년에 나카사키를 여행했는데 길거리에 수많은 기념품과 사진이 걸려있는 것을 보며 일본에서의 사카모토 료마의 인기를 실감하기도 했다(료마는 소설과 드라마로도 유명해졌으며 나가사키는 그가 활약했던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만화 속에 등장하는 그가 반가웠다. 그 외 사이고 다카모리라든지 오키타 소오지 같은 막부 말의 인물들과 사쓰마 번이니 초슈 번이니 신센구미 같은 이름들은 학창시절 열광했던 만화 <바람의 검심>을 통해서도 익숙한 터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역사학자나 의학교수 등의 자문과 감수를 거쳐 만든 만화인 만큼 고증이 잘 되어 있다. 의학에 문외한인 사람이 보아도 수술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세밀하고 현실감 있게 묘사된다. 보통의 의학 만화에 더해 흥미롭게 볼 만한 포인트는 현대 의료 기구나 장비가 없는 과거에 어떻게 외과수술을 하는가이다. 그리고 기초적인 의학 상식, 이를테면 세균이나 감염에 대해 알지 못하는 옛날 사람들이 미나카타의 수술을 보며 보이는 반응들이 재미있다. 주인공 미나카타는 (당시로 볼 때) 신에 가까운 의술을 행할 뿐 아니라 자애롭기까지 한 매력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역사적 사건들도 깊이 다루어지는데 일본이 내부의 혼란을 수습하며 근대 국가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또한 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대목을 보면서 동시대에 조선의 근대화가 좀 더 순탄히 이루어지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일본인들이 메이지 시대로 대표되는 황금기의 시작을 은근히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그 역사의 과오는 차치하고서라도). 그에 반해 우리가 자랑할 만한 역사는 어떤 것이고 반성할 부분은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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