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레옹을 봤다.
그것도 텔레비전에서....
예전에도 중간부터, 혹은 끝부분만....
이렇게 띄엄띄엄 봤었긴 했는데,
거의 초반부터 조용하게 몰입해서 보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주 잘 만든 영화군,
이 생각이 영화 보는 내내 들었다.
예전에 볼 때와는 다르게,
관계맺는 데 있어 수줍고 어색해하는 순진한 레옹의 성격이 유난히 귀엽게 다가왔고,
마틸다의 도발적인 대사와 눈빛이 유난히 매력적으로 가슴에 꽂혔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 그들의 마음이 오가는 것이
유난히 섹시하고 슬프게 다가왔다.
카메라 앵글도 그렇고, 샷 하나하나도 그렇고,
섬세하게 인물의 심리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말이 안 되더라도,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레옹이 죽지 않고,
열두 살 마틸다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변화해갈지,
나는 그런 것들이 더 궁금하다.
아,
왜 이럴까.
요즘엔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걸
글로 옮기는 게 정말 힘들다.
왜 좋았는지,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그 감성을 잡아낼 힘이 없다.
그저,
좋았다,로 단순무식하게 표현해버린다.
그런 글을 보면 분명 내가 느낀 마음이지만 내가 읽어도 건조하다.
글은 정직하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내 가슴과 내 삶이 버석버석 모래가 일 정도로 건조하듯
그렇게 내 글도, 내 어휘도, 내 표현도 건조하고
말할 수 없이 틀에 갇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