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를 생각한다.
원인이 무엇이었든, 자본주의와 수출경제를 지향한 한국의 지배 엘리트들은 사회혁명과 개발을 통해 근대적 노동력으로 대편된 인구를 산업 경제에 투입했고, 미국과 일본이 제공해준 산업 네트워크와 수출시장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한국은 사회혁명은 완수했지만 자본주의 경제권에 편입되지 않아 정체될 수밖에 없었던 북한, 중국, 베트남이나, 수출에 매진했지만 전통 지배층의 헤게모니가 온존하여 이중경제체제가 등장했던 코트디부아르, 이란, 태국과 같은 국가들과도 다른, 발전을 위한 최적의 길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258p
한국의 근대화가 민중을 수탈했다는 비판, 농촌을 파괴하고 도시빈민을 양산했다는 비판과 다르게 이 책은 한국이 중산층이라는 대규모 근대적 주체를 형성하는 데에 성공했고, 이를 통해서 정치사회적 민주화와 경제적 재분배가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80년대 운동권들은 사회주의 혁명의 기틀을 닦은 것이 아니라, 근대화를 지도한 군부독재의 기득권이라는 사회적 암덩어리를 제거해서 한국를 가장 근대적인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중산층의 사회로 만든 것이겠다. 그런 그들이 중산층을 특권세습층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하나의 역설이 있는 것이고, 그들의 실패는 혁명을 완수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한국의 역사발전의 원동력인 자본주의와 중산층이 맺는 관계에서 나타나는 정치사회문화적 함수를 왜곡시켰다는 데에 있을 수 있겠다. 근대적이고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가 아닌 특권과 정치적 부족주의를 형성한 것. 저자는 애초에 86세대의 신전통주의적 특질을 지적하면서 이들의 부족주의적 한계가 이들이 특권을 쌓은 뒤에 얻은 부패의 생채기가 아님을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