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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사회 - 왜 우리는 희망하는 법을 잃어버렸나?
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평점 :
책 제목은 ‘불안사회’이지만, 이 책은 ‘희망’이 핵심 주제이다.
원제를 봐도 ‘희망의 정신’이다.
저자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위태로움이 10년 전에는 ‘피로’였다면 오늘날은 ‘불안’이라고 말한다.
희망은 우리의 가장 내면에 자리하고 있으며, 절망 한가운데서 눈을 뜬다고 한다. 오늘날 사회가 종말론적인 절망과 불안이 가능하다면, ‘희망’이 가장 선명하다는 뜻이다. 희망 자체가 절망의 ‘부정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책에 인용된 카뮈의 노벨상 수상 연설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희망에 대해 삶과 희망은 하나라고 표현하며 ‘살아감이 곧 희망함’이라고 했다.
이 말이 매우 공감되었다.
우리의 삶은 항상 걱정거리가 있고 매일매일 그 불안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간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삶에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지만, 올 것이라고 믿는 것!
희망의 색은 무슨 색일까?
작가 잉게보르크 바흐만은 시 <보헤미아는 바닷가에 있다>에서 희망의 색을 녹색이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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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집들이 녹색이라면,
나는 집 안으로 들어설 것이다.
이곳의 다리가 튼튼하다면,
나는 단단한 땅위를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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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아늑하고 평화로운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고, 건너기 어려운 물도 땅처럼 안전히 건널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로 이해했고, 마음에 위안을 주는 아름다운 시라는 생각이 든다.
철학서에 시에 관한 내용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저자는 희망은 정신적인 상태이며, 무엇인가가 ‘아직 도착하지 않음’이 희망의 상태를 만든다. 그래서 우리가 희망을 한다는 것은 ‘먼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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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것은 언어를 시에 가깝게 만든다. 정보사회에서 언어는 아우라적인 먼 것들을 잃어버리고 정보로 단순화된다. 디지털 과잉 소통은 우리를 말이 없게 만든다. 그리하여 오늘날 우리는 시가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정보만을 소비하는 사람은 더 이상 시를 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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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슬프다. ‘희망’이란 ‘시의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닐까?
또한 희망은 초월성을 지니고 있어 우리를 ‘믿음’에 연결한다고 한다.
이 책을 덮으며, 불안과 절망 가운에 살아가는 우리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다가 올 ‘먼 것’을 바라보며, 그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살아갈 때, 우리는 ‘희망’의 삶을 사는 것이라는 정리를 나름대로 해 보았다.
철학서이기에,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종류의 글들을 인용하여 우리 삶에서의 불안과 희망의 의미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책이었다.
*도서를 협찬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