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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인 러브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그녀, 클로이』의 작가 마르크 레비의 신간이 나왔다. 신작의 제목은 『고스트 인 러브(GHOST IN LOVE)』로 정말 말 그대로 유령의 사랑에 대한 내용. 책 뒷표지의 설명에는 "따뜻한 유머와 감동으로 가득 찬 이 시대의 '사랑과 영혼'"이라고 쓰여있다.
죽어도 버리지 못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대략적인 스토리만 보자면 참 감동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으나, 다 읽고나니 뭔가 미묘복잡한 감상이 남는다.
"왜 유령 아버지가 내 인생에 나타났을까? 이때까지 존재조차 모르던 여자와 아버지가 사랑에 빠져 있었다는 걸 알고서 느낀 감정, 그 여자의 유골을 훔치러 가야 하는 이유, 그러다 들키면 나에게 일어날 일......"
피아니스트인 토마의 앞에 5년 전 죽은 아버지의 유령이 나타났다. 그리고 대뜸 하는 말이 생전 이루지 못한 사랑을 죽어서 이룰 수 있도록 도와달란다. 게다가 죽어서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다름아닌 두 사람의 유골을 섞는 것이다. 이 기상천외한 일을 위해 마크는 모르는 사람의 유골을 훔치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아버지가 뭐냐는 네 질문에 끝내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못했다는 거 알아. 명쾌한 대답을 찾는 데 왜 그리도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도 모르겠구나. 부끄러움은 꺼지라고 하고 내가 꼭 천국으로 갈게, 너를 사랑하니까. 아들아, 아버지라는 건 그런 거였어. 그리고 나는 영원토록 네 아버지로 있을게."
책 제목인 『고스트 인 러브』에서 '러브'는 아버지가 생전에 못 이룬 사랑뿐만 아니라 아들의 여행길에 동행하며 간간히 보여주는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지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나는 마크의 아버지가 매우 못마땅하다. 아들을 위해서 천국을 가마. 하고 마지막에는 훈훈하게 아들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아버지의 면모를 극대화에서 포장하는 느낌이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혼을 한 건 10년 전, 카미유라는 여자와 여름마다 만나고 그녀의 남편에게 들켜 카미유가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간 이후 편지를 주고 받은 것은 20년 전. 결국 외도 아닌가. 그래서 초반에 주인공인 토마도 혼란스러워하며, 나 또한 읽는 내내 불편했다.
그런 아들 앞에 죽은지 5년만에 나타나 죽어서 못이룬 사랑을 좀 하고 싶으니까 유골을 훔치렴. 하고 말한 셈이다. 아버지의 유골을 들고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 부터 아찔한데 아들 생각은 하나도 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이지 않는가. 게다가 여름마다 카미유를 만난 것은 아이들을 위해서였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열불이 났다. 문화의 차이인지 뭔지는 알 수 없으나, 21세기 대한민국에 사는 유교걸은 못참아......
『고스트 인 러브』는 그리 무겁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아서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불편한 진실이 너무나도 대박사건이었던 책. '스토리를 위한 설정이지'하고 바로 넘길 수 있는 분들에게는 좋은 책이다. 코믹스럽기도 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