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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이 부른다 - 해양과학자의 남극 해저 탐사기
박숭현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7월
평점 :
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숭헌 박사는, 우연히 참여하게 된 온누리호 해양 탐사를 시작으로 25년 동안 25번, 즉 그 이후 매년 한 번씩 탐사 길에 올랐다.
남극권 중앙 해령 최초의 열수 분출구, 열수 생태계를 구성하는 신종 열수 생물, 빙하기-간빙기 순환 증거, 남극-질란디아 맨틀의 발견 등 그가 이루어낸 성과들은 많고, 지금은 전 세계의 지구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인물이다.
『남극이 부른다』는 1996년 늦은 3월, 처음으로 온누리호 해양 탐사를 나간 이야기 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에 해양 연구소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던 그 날, 박숭헌 박사는 지질학을 공부하고 있으면서도 해양학이라는 학문이 무엇을 공부하는지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해양 연구가 박사의 적성에 맞을지 알 수도 없고, 그저 바다로 나간다는 기대만 품었던 첫 시작. 태평양 탐사는 박사에게 첫 해외여행이며 첫 미국 방문이어고, 첫 대양 탐사였다. 이 특별한 기회는 여러모로 '처음'에 대한 기억을 남겨준 것 같다.
첫 대양탐사 이후 밧는 연구소에 남아있기로 결심했다. 그럼에도 그가 해양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식은 별로 없었다. 연구소에서 박사의 업무를 지도하던 선임 연구원에게 "해양학의 연구 대상은 바닷물인건가요?" 하고 물었을 정도로.
바닷물은 해양학의 중요한 연구대상인 것은 맞다. 하지만 바닷물로만 한정할 수 없었다. 해양학이라는 과학이 해류와 조석 등을 연구하는 물리해양학, 바닷물의 화학적 특성을 연구하는 화학해양학, 바다에 사는 생물을 연구하는 생물해양학 그리고 바다 아래 지질을 연구하는 지질해양학으로 구분된다는 것(26p)을 알게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고 박숭현 박사는 말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가의 사람들에게 바다는 친숙하지만, 여러모로 지식인의 범주에 들어가는 박숭현 박사에게도 바다는 너무나도 넓었고 우리는 무지했다.
이후 지진과 거친 해황을 만났던 남극 중앙 해령 1차 탐사를 위해 40간의 여정을 한 경험, 첫 남극 탐사, 그리고 지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 바다 연구 결과 등을 책에 담고 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진들도 함께 실려있는데 재미난 볼거리이다. 탐사 현장이나 탐사할 때 사용하는 장비들, 심지어 신종 생명체들의 사진도 있다. (p276에 '무진 열수구 지대에서 발견한 신종 생명체 키와 게와 일곱 다리 불가사리'의 사진이 실려 있는데 뭔가 징그러운데 계속 보게되는 신비로움이 있었다. 꼭 책에서 확인 해 보시길)
또한 한번 탐사를 나가면 여러 나라를 거쳐야 하고 또한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그 속에서 경험한 다양한 문화 또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기억남는 이야기는 포토모르즈비에서 마실 물을 시킬 때 Water가 아닌 H2O로 말해야 한다는 것. 너무 귀엽지 않나. "H2O주세요!!"
그리고 이 책에서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것은 남극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에게 남극이란 우주와도 같은 공간이다. 미지의 세계, 언젠가는 가보고 싶지만 어쩐지 평생 갈 수 없어 보이는 그런 세계.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박사님도 "남극에 가보았냐." "펭귄을 봤느냐." 하는 남극에 대한 여러 질문을 주변인들에게 받았었나 보다. 박사님은 남극 체험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불편함을 느끼는데, 그것은 실제로 부딪혔던 현실과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러 상상속의 신비의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나에게는 남극은 눈으로 뒤덮인 찬란하고 아름다운 공간이다. 어쩔 수 없다. 나는 남극에 가보지 못했으니까!
남극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최근에 본 사진이 한장 떠올랐다. 눈이 다 녹은 남극의 사진.
원래 1~3월은 남극의 하계시즌이라 눈이 녹아서 땅이 드러나는 시기라고 한다. 하지만 올해 지난 30년 보다 평균 기온이 1도 정도 높았다고 한다.
세상은 참 넓고, 깊고, 새로운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것들이 인간들로 인해서 발견되지도, 연구되지도 못하고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