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까마귀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3
박지안 지음 / 허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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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허블의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시리즈 3번째 책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에 정말 공포물에 면역력이 하나도 없는 분들은 주의하라는 말을 먼저 남기고 싶다.

『하얀 까마귀』는 가상 현실 게임이라는 SF적인 요소와 게임 플레이어의 심층 심리를 파고들어 그들의 트라우마를 불러 일으킨다는 공포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조합한 책이다.


주노는 구독자 80만 명을 보유한 인기 BJ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부터 겪어 온 왕따 생활과 고등학교 2학년 때 절친이 자살했다는 것, 그로 인한 자퇴와 대학 진학 실패 등의 사연을 밝힌 이후로 점점 몰락하고 있었다. BJ주노의 어려운 과거가 모두 조작된 것이라는 루머가 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노는 WGN 개국 1주년 특집으로 진행된 대중들 앞에서 IOM2를 플레이 하는 이벤트를 하기로 한 것이었다. IOM2는 가상현실 게임으로, 유저의 심층 심리를 파고들어 공포의 근원을 건드리는 '사이코호러' 게임이다. 유저들에게 맞춰 공포적인 요소가 구성되기 때문에 자신을 괴롭혀 온 과거가 진실임을 대중들에게 밝히고자 한 것이다.


주노가 생각한 것 보다 게임은 너무나도 자신의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주노는 자퇴한 고등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학생들에게 몇번이고 죽임을 당하는 것을 반복한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스마트워치로 시청자들을 반응을 살피던 주노는 흥분에 감싸이고 만다. 자신의 동정하고 위로해주는 시청자의 반응과 응원 메시지에 주노는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 아마 마지막 관문이라고 생각이 되는 옥상으로 주노는 올라갔다. 자신의 친구가 떨어져 자살했던 그곳. 하지만 주노는 그곳에서 게임의 엔딩을 볼 수 없었고, 시청자들의 욕설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뱉으며 채팅창을 봤다. 하지만 채팅창은 뭔가 이상했다. 자신의 플레이에는 관심도 주지 않고 방송국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만 올라왔다.


어리둥절한 주노의 앞에 나타난 것은 담임 선생님인 신지수였고, 그녀는 이 모든 것은 게임이 아닌 게임을 플레이 하다 사고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진 주노 본인의 뇌 속이라고 말한다. 주노는 무의식 적으로 이 모든 것이 게임이라고 생각해 이 끝 없는 세상을 반복하고 있던 것이며, 내일이 되면 보호자 동의서에 사인을 받아 생명유지장치가 떼어진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준다.

그 말을 끝으로 주노는 과거의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주노는 아영을 초등학생 때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 때부터 주노는 아영에게 거짓말을 했다. 집 나간 아빠가 아르헨티나로 일하러 갔다고 말했을 때 부터 였을까? 주노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했고, 스스로의 거짓에 잡아먹히고 말았다.


중학교가 떨어져 주노는 아영을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만났다. 어린 시절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던 아영이었지만 그녀의 낯가림은 더욱 심해져 있었다. 예쁘고 착한 데다 글을 잘 쓰는 문학소녀. 아이들은 그런 그녀가 남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런 척 한다고 말하며 괴롭혔다. 그런 아영에게 친구는 주노 한명 뿐이었다.

주노는 그런 아영을 따라하기 위해 꽤나 노력했고, 선생님 마저도 그 둘이 쌍둥이처럼 보인다고 말할 지경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2학년이 되고 부쩍 예뻐진 주노는 다른 친구들의 관심을 듬뿍 받았고 아영을 무시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주노의 거짓말은 점점 더 도를 넘어갔다. 아영과 똑같은 글을 백일장에 제출하고는 나몰라라 한 것. 아영의 사진을 미니홈피 프로필에 걸어두고 남자가 연락해 오니 아영에게 대신 나가라고 한 것. 그리고 아영이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뺏어갔다고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

결국 아영은 자살했다. 그리고 주노는 자신의 무의식에 갇힌 채 또 다시 무한 루프를 반복한다.


사실 주노는 등장했을 때 부터 꺼림칙한 느낌이 드는 인물이었다. 아니, 사실 이 소설에 꺼림칙한 등장인물들이 참 많다. 개인적으로 방송국 PD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쨌든 유난히 사람들의 반응을 신경쓰는 주노를 보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는데, 역시는 역시나였다. 스스로의 거짓말에 잡아먹히고 만 결말이라고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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