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1
김혜진 지음 / 허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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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허블 출판사에서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시리즈를 선보였다. 작고 귀엽고 정말 재미있는, 그래서 폭염과 답답함과 무료함으로 부터 우리를 구출해줄 SF작은 책 시리즈라고 한다.

그리고 그 시리즈의 첫번째 책인 김혜진 작가의 『깃털』

수록작품은 총 3편이다.

「깃털」 : 《에피》 (2019. 03.)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 수상작,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허블, 2018.)

「백화」 : 미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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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인공 생태계를 이룬 우주섬 '스페이스 콜로니'로 사람들은 이주를 하기 시작한 것이 이 소설의 배경이다.

온난화로 인해 더이상 지구에서 장거리 이주를 하는 청새무리들을 보기 힘들어졌고,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는 조류독감으로 인해 야생조류를 살처분하게 된다.

지구에서 조류독감이 유행하게 된 이후 우주섬 주민들은 지구로 가는 것이 제한되었고, 백신이 공급된 이후에도 우주섬과 지구의 교류를 자유롭지 못하고 멈춰버린 상태이다.

주인공인 세영은 우주장의사이다. 로봇 새인 '조에'를 날림으로 인해 죽은자의 유골을 성층권에 뿌리는 일을 한다. 그런 세영에게 어느날 한 남자가 의뢰를 한다.

그 남자는 폐암으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죽은 후에 자신의 유골을 지구의 고향인 '새말'에 날려달라고 했다. 세영도 조류학자인 어머니와 함께 가봤던 곳이기도 했다. 새가 많다고 해서 새말이었지만 지금은 새를 찾아보기 어려운 곳.

우주섬으로 간 세영은 그 남자의 유골을 지구로 가져가는 행위는 우주섬 법규에 위반하는 내용이라는 답변을 수송보안팀 공무원에게 듣게 된다. 죽어가는 남자를 위하여 어떻게든 공무원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세영은 결국 내부 규정을 지키려는 우주섬 공무원들을 결고 꺽지 못했다.

하지만 세영이 지구로 돌아가는 날이 되자, 공무원들은 그 남자의 유골을 세영에게 건냈다. 남자가 죽을 때 까지 세영에게 꺼내지 못했던 진실이 유골과 함께 돌아왔다. 군사무기로 로봇 새를 연구하던 그 남자, 지구에 자신의 아내와 딸을 두고 결국 후회만 남은 선택을 했던 외롭고 쓸쓸했던 그 남자의 유골을 세영은 조에를 통해 하늘로 날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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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TRS는 간병 로봇이다. 성한도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10년중 7년을 TRS를 사용하여 돌보고 있는 중이었다.

오랜시간 병든 어머니를 돌보던 성한이 무너지게 된 것은 옆 병실에서 일어난 사건 이후였다. 치매에 걸린 남편을 돌보던 70대 여성이 자살을 했다. 할머니는 긴 세월 남편을 간병하느라 완전히 지쳤고 TRS 로봇 사용료는 너무 비쌌으며, 남편을 병원에 가두고 혼자 밖으로 나간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그래서 할머니는 약을 먹었다. 간병 대상을 오로지 할아버지만 설정해 두었기 때문에 옆에 있던 TRS는 할머니가 죽어가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성한은 언젠가 자신도 그렇게 될것이라고 중얼거렸다.

성한의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는 TRS의 돌봄 대상에는 성한도 포함되어 있어 TRS는 그 중얼거림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점점 우울함에 빠져가는 성한을 보며 TRS는 침대맡에 붙은 스티커를 보고 최지석 신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생명을 살리는 전화. 스티커에는 그렇게 적혀있었다.


TRS는 성한의 어머니가 죽어야 성한이 살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한을 살리기 위해, 성한의 자살을 막기 위해 어머니를 죽이는 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성한은 어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벗긴 TRS를 무지막지하게 구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최지석 신부가 마주한 성한은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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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이 올라가고 쓰레기가 넘쳐나는 세상. 육지에 더이상 살 수 없었던 인류는 해상도시를 건설한다. 해상도시에서는 진화된 종족인 '물갈퀴들'이 배위에서 살고 있고, 물갈퀴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은 배 밑창에서 살고 있다. 밑창에 사는 인간들은 해상도시의 항해 방향을 바꾸기 위한 동력으로 '사용'될 뿐이었다.

진주는 물갈퀴를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밑창 사람이다. 배급되는 옥수수가 줄어들자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위로 도망치게 되지만 이내 경비병인 해인에게 들키게 된다. 숨어있던 진주는 자신을 찾기 위해 잠수한 후 기절한 해인을 구해주게 되고, 되려 정신을 놓은 진주를 해인이 그냥 풀어주면서 이 두 사람의 사이에 변화가 일어난다.

처음에는 잡기 위해 쫓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진주의 도망을 돕기 위해 희생하는 해인과 계층 속에서 아주 밑바닥이었지만 알고 보니 물갈퀴들이 찾고 있던 순수한 아가미를 가지고 있던 인간이었던 진주의 이야기. 돌이킬 수 없는 세상과, 돌이킬 수 없는 계층의 외로운 세상을 다룬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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