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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드 ㅣ SF 슾 어린이 1
최영희 지음, 도화 그림 / 동아시아사이언스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 기계인간, 그다음 뭘까?
인간이 인공지능을 발명했듯, 언젠가는 인공지능도 다른 지성체를 창조해 내지 않을까?"
동아시아 출판사의 어린이 브랜드 '동아시아사이언스'의 첫 책인 『써드』는 먼 미래에 출현할지도 모르는 미지의 3번째 존재에 대한 최영희 작가의 상상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인간, 인간이 만들어 낸 로봇, 그리고 그 로봇이 만들어 낼 3번째의 그 무언가. 그래서 책 제목인 『써드』도 '3번째'를 뜻하는 'Third'이다.
『써드』는 인간들은 로봇에 의해 도시에서 쫓겨난 디스토피아 미래를 그리고 있다. 도시는 이미 로봇들의 세상이 되었고, 인간들을 가축을 기르거나 약초꾼으로 생활하는 등의 원시적인 생활을 이어간다.
로봇들이 인간들을 쫓아낸 이유는 '인간은 효율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로봇들이 스스로 진화하는 동안 인간은 때로는 감으로 상황을 넘겨짚으며 너무 어리석게 행동했다. 로봇이 보기에는 이런 인간들은 너무나도 쓸모없었고, 그래서 싫어하여 도시에서 몰아낸 다음 인간의 위에 위치하기 시작했다.
또한 로봇들은 인간에게서 책을 빼앗았다. 로봇들은 책, 특히 소설에는 인간이 만든 것들 중에서 가장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사고가 담겨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소설들을 창고에 보관하고 출입을 통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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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은 압둘라라는 인간이 살해당하면서 시작된다.
주인공인 돼지치기 요릿은 어느날 로봇 조사관 리처드를 숲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리처드는 15살 즈음 되보이는 소년 모습을 한 로봇이며, 압둘라의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도시에서 파견되었다.
요릿은 리처드와 함께 숲으로 향하며 이 기묘한 모험이 시작된다.
아마 요릿과 리처드가 들으면 대경실색할 말이지만, 이 둘은 생각보다 꽤 괜찮은 파트너다.
요릿은 집 벽에 '로봇에겐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돼!'라는 글을 적어놓거나, 일기장에 '비 맞고 녹이나 왕창 슬어 버려라'하는 말을 적어 놓을 정도로 로봇을 싫어했고, 또한 그들에게 쉽게 굽히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는 로봇(로봇들은 스스로를 '도시 시민'이라고 일컬었다)을 모욕하거나 폭행하는 인간은 태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릿은 리처드를 그저 알람시계의 대신으로, 또는 그저그런 기계로 취급하기도 하며 결코 기가 죽지 않았다.
리처드는 이런 요릿의 태도가 마음에 안들었다. 기계인간인 자신을 고작해야 로봇팔의 변형물 정도로 취급하는 듯한 그런 태도가 거만했고, 얄미웠다. 하지만 결코 리처드는 그런 요릿에게 폭력적이거나 강압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이 둘은 인간과 로봇 사이에서 생겨날 수 밖에 없는 서로 다른 가치관 때문에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압둘라를 죽인 미지의 존재를 찾아가며 서로 걱정하고 도와주며 숲을 헤쳐나간다.
요릿과 리처드는 압둘라의 흔적을 쫓아 숲속을 조사하던 중, 깊고 깊은 구덩이 속으로 추락하게 된다. 구덩이 안으로 떨어지며 요릿을 감싼 리처드는 충격에 의해 정신을 잃고, 요릿은 그곳에서 '괴물'을 마주친다. 요릿은 감은 저 괴물이 압둘라 아저씨를 죽인 범인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을 『써드』의 예비 독자들을 위해 뒷 이야기는 비밀로 남겨두기로 한다. 괴물이 정말 압둘라를 죽였는지, 그리고 왜 죽였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직접 읽어보는 편이 더욱 더 재미를 돋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릿은 종종 초우싱치 할아버지에게 이제는 읽을 수 없는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알퐁스 도데의 『별』,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수도원』 등의 여러 책들이 언급되는데, 모험 도중에 요릿은 분명 들었지만 책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그런 책이 한권 등장한다. 사실 독자들은 이 책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아도(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이 책이 무엇인지 요릿이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사건의 진행 과정을 통해 유추할 수 있을 만한 책이다.
조금 스포일러를 하자면, 고작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쓸모없는 산물이라고 치부한 소설에서 되려 영감을 받은 한 기계인간이 등장한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로봇팔에서 시작된 기계인간은 결국 인간과 같은 이지를 가지게 되었다. 그럼 이 기계인간이 만들어 낼지도 모르는 또 다른 무언가는 로봇의 발전과 같은 길을 걸어 이지를 가지고, 또한 로봇이 인간을 쫓아낸 것 처럼 그들도 로봇을 쫓아내게 될까?
호기심에서 시작해 호기심으로 끝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