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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패티 유미 코트렐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작가의 이름은 패티 '유미' 코트렐. 아마 이미 작가 소개를 읽어 알고 있어서 그런가 어쩐지 미들네임인 '유미'가 한국인으로서 너무 익숙하기만 하다. 작가는 1981년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중서부로 입양되었다고 한다.
주인공은 헬렌은 남동생의 사망 소식을 듣고 5년만에 유년기 시절의 집으로 돌아간다. 피가 섞여있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헬렌에게는 역시 한국에서 입양된 남동생은 그나마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동생이 죽었다.
무엇이 동생을 죽음으로 내몰았나. '친절한' 헬렌은 직접 나서서 동생의 죽음을 밝혀 내겠다고 다짐하며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향한다. 과연 오랜만에 보는 양부모는 자신을 어떻게 반겨줄까? 그러나 헬렌을 본 부모님의 반응은 그리 따스한 풍경이 아니었다. 꽤나 뜻밖이라는 듯이, '왜 왔지?'라는 듯이 부모님을 헬렌을 맞이했다.
헬렌에게서 유년시절의 기억은 그리 행복하지 않다. 어쩌면 암울함과 절망의 연속이였기 때문에 집을 떠난 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을 테지. 부모님의 꽉 막힌 절약과 강압적인 신앙심 아래서 억압된 삶을 살았다. 게다가 헬렌과 남동생은 동양인, 수많은 사람들의 인종차별을 끊임없이 받아냈다. 그런 시절을 살아오다가, 끝끝내 남동생은 자살을 선택했다.
사실 읽으면서 헬렌의 일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사건들이 너무나도 의식의 흐름처럼 느껴져서 꽤나 복잡한 글이었다. 그리 깨끗하지 않은 서사와 알기 힘든 헬렌의 성격에 뭔가 불편한 글이었다. 그러나 읽을 수록 묘하게 끊을 수 없는 이야기.
남동생은 컴퓨터 휴지통에 자신이 쓴 글을 남겼다. 실수로 지우지 못한 것일까, 혹은 일부러 남겨 둔 것일까. 남동생의 글은 꽤나 마음 아리게 다가온다.
헬렌의 남동생은 헬렌에게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찾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만, 헬렌은 매몰차게 말하며 꿈에서 깨라는 듯이 상처만 남겼다. 하지만 남동생은 아무도 모르게 친엄마를 찾았고, 한국에 갔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친엄마와의 만남을 바로 코 앞에 두고 남동생은 도망치듯이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장기기증을 하기 위해 꾸준히 병원을 다녔던 아이, 10대의 끝자락에서 부터 그저 죽음만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 그것이 헬렌의 남동생이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에서 쭈욱 살아온 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이며, 이해할 수 없는 아픔이고, 전혀 알 수 없는 미지의 죽음다. 그들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을까. 어디를 가도 또 다시 버려지고 겉돌아야 하는 삶이었을까.
솔직히 읽으면서 그리 마음에 드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덮고나니 생각난다. 기억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