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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이 내려오다 -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어
김동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12월
평점 :
230일간의 미국 여행기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의 저자 생선 김동영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이번 역시도 '여행'에 관한 책인데, 읽을 때 마다 현실에서 탈출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안달나 죽을 뻔 했다. 특히 대학교 기말고사 시험 기간에 읽었던 터라 더욱!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단 표지부터가 시선을 끈다. 띠지까지 이렇게 예쁜 일인가!(정윤수 디자이너님 정말 최고......)트레싱지 질감의 띠지를 벗겨내면 별자리처럼 얽힌 여러 나라의 도시들이 나열되어 있다. 표지에 등장하는 도시 이름은 책 본문에 등장하는 31개의 방문지들이다.
이 책은 저자가 방문했던 21개국의, 31개의 도시를 여행하며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일종의 여행기다. 그곳에서 본 고양이, 그곳에서 본 상인, 그곳에서 본 바다. 그 도시의 길을 걷고 어떠한 경험을 겪으며 떠오른 작가의 생각을 감성적인 문장으로 기록하고 있다. 마치 긴 문장으로 구성된 시를 읽는 느낌이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책의 차례를 보기만 해도 무척이나 부럽고 답답해진다. 나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게다가 가보고 싶은 나라와 도시를 발견하면 더욱더 그렇다. 여행 초짜는 여행지의 이름만 봐도 가슴이 설렌다.
게다가 이 책에는 한국의 신촌과 창전동도 등장한다(서울사람이 아닌 나는 창전동을 처음 들어본다.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 하기야 10년 넘게 산 동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마당에 지하철 몇 정거장만 지나도 그곳은 여행지다. 여행으로 느끼는 낯섦과 일탈이 만들어 낸 천국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기에 내가 만난 천국에 대해 썼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만나길 바라며 곳곳에 지도를 그려 뒀다."(5p , <시작에 앞서>中)라고 말한 것처럼 새로운 도시가 등장할 때 마다 왼쪽편에 그 도시의 지도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굵직굵직한 선으로 그려져 있는 지도를 눈으로 하나씩 살피면서 길 하나하나를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중간중간 보이는 삽화들이 너무 귀엽다. 게다가 저자의 그 당시 상황과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며 더욱 더 책을 통해 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31개의 이야기 중 마음속 한켠에 가장 흥미롭게 담아둔 이야기는, 미국 포틀랜드에 관한 이야기다.
<영감이 장맛비처럼 내리던 날들(포틀랜드,미국)> -p133~p137
포틀랜드에 관한 이야기에는 어떤 사원에 갔다거나, 날씨가 좋지 않았다거나, 엄청난 일을 당하고 고생한 이야기 등의 흥미를 자극하는 일화는 딱히 없다. 하지만 저자는 많은 도시에서 글 쓰는 작업을 해봤지만 포틀랜드 같은 곳은 없었다고 말한다. 포틀랜드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매일 글이 마법처럼 써졌다.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다가, 날씨가 화창에서, 비에 젖어 짙은 색으로 변한 도시를 보고 글을 썼다. 사람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앉거나 서 있는 것을 보며 도시 전체가 작업실처럼 느껴졌다.
포틀랜드, 어디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 번쯤 들어본 도시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딱히 관심도 없고 그 도시 이름마저 가물가물한 존재였다. 하지만 보기만 해도, 그 장소에 서있는 것만 해도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그 풍경은 대체 어떤 걸까? 풍경을 보는 것 만으로 영감이 어떻게 떠오르는 거지?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고 직접 가서 직접 눈에 담아야만 하는 미묘한 그 공간의 무언가가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경험담이 포틀랜드에 대한 궁금증이 무럭무럭 솟아나게 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낯선 공간에 대한 흥미는 이렇게 다가온다.
"이곳에 있는 동안 카페 창문으로 도시를 내다보며, 천국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37p <영감이 장맛비처럼 내리던 날들>中
아마 여행을 많이 다니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며 아, 그곳은 그랬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동감하며 읽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해외여행은 중국과 일본,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이 전부이고, 국내여행은 부모님 따라 친구 따라 가끔 다니는 정도라 '여행'이라고 부를 만한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공감보다는 아 여기 재미있겠다, 여기는 가보고 싶다 하며 가보고 싶은 여행지 리스트를 새롭게 구축해 나가는 것이 더 컸다. 그리고 이는 여행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나도 갈래 여행! 나도 천국을 찾아 떠나고 싶다.
낯선 장소에서 겪는 곤혹과 행복과 깨달음. 작가에게는 그 여행지 하나하나가 천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