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흑역사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이 참 재미있다. 어쩐지 이불 속에 들어가서 읽다가, 순간 과거에 저질렀던 내 바보짓이 떠올라 이불을 펑펑 차대면서 읽어야 할 것 같은 책이다. 솔직히 말해서, 누구나 떠올리면 너무 부끄럽고 내가 왜그랬을까 생각하며 쥐구멍에 숨고 싶은 기억이 있지 않는가?

꽁꽁 싸매어 기억 저 깊은 곳에 가라앉히고 싶은 흑역사를 가진 사람들, 내 바보같은 행동으로 일을 그르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왜냐면 한줄기의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더 바보가 있다니! 하는 생각이 책을 읽을 때 마다 하게 된다.


책을 펼치자마자 "진짜 큰 바보짓을 저질로본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바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 때부터 이 책의 저자가 범상치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장이 끝나는 부분에, 해당하는 장의 주제에 맞는 엄청난 바보짓 TOP5가 실려있다. 이부분이 정말로 재미있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이없는 일에 더해, 작가가 참으로 신랄하게 비꼰다.


제 1장 우리 뇌는 바보. 인간의 사고력과 창의력으로 인해 인류는 발전해왔다. 유레카! 적인 생각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루기도 했지만, 정말 누가 봐도 어이없는 방향으로 머리를 쓰는 사람도 있었다.

제 2장 아, 좋았던 환경이여. 농업혁명이라는 개념은 인간 역사상 엄청난 일로 생각된다. 땅을 갈고 씨앗을 심고 곡식이 자란다. 하지만 어쩌면 이 때부터 인간의 글러먹은 생각이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눈 앞에 보이는 환경을 모두 뒤바꿔보려고 하는 생각 말이다.

제 3장 생명은 살 길을 찾으리니. 인간은 자신들이 우월한 줄 안다. 그래서 다른 생명체들을 자신들 멋대로 하는 경향이 있다. 3장에서는 인간이 다른 장소에서 들여온 생명체 때문에 벌어진 최악의 상황들을 다룬다. 도도하고 한편으로는 바보스러운 면이 있는 귀여운 고양이도 뉴질랜드에 가면 천덕꾸러기일 뿐이다.

제 4장 지도자를 따르라. 지도자가 다 좋은 사람들이라면 좋을런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 절대 나라를 맡기지 말았어야 할 지도자도 존재하는 법이다.

제 5장 대중의 힘.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한 명의 지도자 아래서 통치되는 것보다 나은 방법일까? 민주주의 사회 속에서도 불편한 진실은 존재한다. 정부를 쫄딱 망하게 하는 정책이 5장에서 소개된다.

제 6장 전쟁은 왜 하나요.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 특히 6장을 읽으면서 피식피식 웃었다. 웃긴게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웃은 것이다. 전쟁의 이유도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다는게 엄청났다.

제 7장 식민주의의 화려한 잔치. 인간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콜럼버스를 시작으로 대항해 시대가 열렸고, 전혀 알지 못했던 땅에 발을 디딘 것만으로도 이름을 알리고 영웅이 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평화롭게 살다가 갑자기 쳐들어온 이방인들 때문에 삶을 홀라당 말아먹은 가여운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말자.

제 8장 바보와 현직 대통령들도 알 수 있을 만틈 쉽게 푼 외교 이야기. 다른 나라와 교류를 한다는 것, 외교는 중요하다. 현재도 그렇게 과거에도 그랬다. 결국 세상은 한 나라 안에서만 갇혀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8장에서는 외교 정책에 실패한 여러 사람들을 소개한다.

제 9장 신기술에 열광하다. 사회에서 과학은 참 중요하다. 정치적, 경제적으로도 중요하게 손꼽히고 과학자들은 위대한 발견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모든 과학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이상한 과학은 나라를 아주 말아먹을 뻔한 위기에 놓이게 만들었다.

제 10장 미래를 못 내다본 실패의 간략한 역사. "인정하자. 현대 세계란 참 혼란스럽다.(251p)" 미래를 예측해서 사건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인간에게 미래를 보는 눈이란 없다. 아무리 유명하고 부유한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순간적으로 자신을 덮쳐오는 커다란 자동차에 목숨을 빼앗길 뿐이다.


인간들의 업적에 대한 책은 많지만 인간들의 실패와 어리석음을 다룬 책은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소시민인 내가 이불에 발차기를 날리며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보다, 나라 하나가 망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해야 하는 바보짓이 많다는 것을 보며 안도해야 할지, 아니면 화를 내야할지 도통 모르겠다.

정말로 재미있는 역사책이다. 내가 몰랐던 역사의 일부분에 이런 어이없는 사건이 있었구나 하면서 한장한장 읽어가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인간에 대한 책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이 일을 말아먹는 재주가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한 책이다
- P10

남의 불행을 고소해하는 취미가 없으신 분은 이쯤에서 책을 덮기를 권해드린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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