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총 9편의 중, 단편 소설을 묶어 둔 소설집입니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숨
우리가 해야 할 일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거대한 침묵
옴팔로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가장 재미있게 읽은 글은 가장 처음 등장하는 이야기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입니다. 나의 과거와 미래로 갈 수 있는 문이 있습니다. 이 문을 통과한 사람들 중, 어떤 이는 많은 부를 얻었으며 어떤 이는 20년 후의 자신의 재산을 빼앗기도 합니다.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푸와드는 미래가 아닌 자신의 아내가 죽은 20년 전으로 가고자 합니다. 과거와 미래를 안다는 것. 하지만 그것만으로 현재를 바꿀 수 있을까? 아니면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걸까.
표제작인 '숨'은 9편의 글 중에서 가장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짧은 단편이지만 9편의 장품들 중 가장 과학적인 내용이 아니었나 싶어요. 자기 해부를 통해 생명의 원천이 어디에서 흘러 오는지 인체를 따라 여행을 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어쩐지 엄청난 생명공학의 세상! 사실 내용을 잘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인체는 신비해!
가장 인상 깊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입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세상은 데이터 어스라는 디지털 세계가 존재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디지언트'라는 디지털 세계에서 생성되는 유기체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애완동물로 판매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시간은 무척 빠르게 흘러갑니다. 이 시간 동안 사람들은 디지언트에게 행동 훈련을 하고, 말을 가르치고, 이를 뛰어넘어 각종 지식을 가르치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숙제'를 내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디지털 세계에서 존재하는 디지언트들은 스스로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며, 자신들이 가상 세계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데이터 어스는 점점 새롭게 등장하는 발전된 디지털 세계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합니다. 그 때 까지 애정을 듬뿍 준 자신들의 디지언트를 포기 못하고 종료, 삭제 하지 못하는 소수의 오너들을 둘러싼 현실적인 걱정과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깊은 문제의 수렁으로 빠지는 세계를 다루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2차원과 3차원의 경계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화면 속에 있는 존재가 실제하는지 아닌지 조차 뚜렷하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서 실제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놓지 않고 디지언트들을 지키고자 발버둥 치는 사람들이 있는 한편, 디지언트를 종료시키고 두번 다시 재가동 시키지 않는 그저 프로그램의 하나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먼 훗날 미래에는 이런 세상도 오겠지, 싶은 현실성 많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미래가 아직은 찾아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직까지 현실 속에서도 동물들은 그저 물건 취급하는 뉴스기사가 여기저기 들려 옵니다. 사람들의 비난과 분노 속에서도 쉽게 동물을 유기하고 살해하는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가상 애완동물이 등장한다는 것. 이런 세상에서는 아직 그 아이들을 놀잇감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더욱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